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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작가

필름2.0, GQ, 프리미어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에세이 '대한민국 표류기'와 비평집 '망령의 기억: 1960~80년대 한국공포영화',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을 썼다. 글쓰는 사람이다.
'어벤져스' 타노스보다 강한 적? 경우의 수

'어벤져스' 타노스보다 강한 적? 경우의 수 따져보니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에 슈퍼히어로가 당신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나, 스타크?” 이 대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있어서 닉 퓨리의 이 말은 “빛이 있으라”와 같았다. 우리는 지난 10년
2018년 05월 09일 14시 21분 KST
'공동정범' 한국 다큐가 이룩한 가장 빛나는

'공동정범' 한국 다큐가 이룩한 가장 빛나는 순간

'공동정범'의 시선은 용산참사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넘어 관객 개별의 삶을 침범한다. 우리는 왜 반복적으로 진영 내에 진영을, 조직 내에 조직을, 가정 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분열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2018년 01월 24일 06시 48분 KST
스티븐 킹의 원작에서 〈그것〉이 취한 것과 버린

스티븐 킹의 원작에서 〈그것〉이 취한 것과 버린 것

돌아온 〈그것〉은 〈기묘한 이야기〉가 폭발적인 흥행으로 증명해낸 것들의 자장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어른이 된 주인공들이 재회하고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과감히 파트2로 미뤄버린다. 그리고 소년들의 이야기로만 파트1을 채운다. 원작의 매력적인 특징을 폐기해가면서 〈그것〉이 얻고자 하는 건 〈기묘한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복원해낸 80, 90년대 소년모험물의 활극적 요소다. 유년 시절과 성인 시점을 교차하는 원작의 설정을 빼고 이 모든 걸 80년대 소년모험활극으로 만들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박은 실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09월 15일 10시 36분 KST
역사를 바꾼 공동체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

역사를 바꾼 공동체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 〈택시운전사〉

편하고 안전한 길이 있고, 어렵고 불편하지만 양심을 따를 수 있는 길이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전자를 택한다. 우리는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약한 존재다. 쉽게 손가락질할 수 없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이상하게도 다수의 시민이 후자를 따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반드시 역사가 바뀐다. 〈택시운전사〉는 바로 그 양심에 관한 영화다. 결국 끝내 역사를 바꾸었던 시민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다. 80년 5월의 금남로에서 87년 6월의 광장,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발휘되었던 우리 공동체의 양심 말이다.
2017년 08월 16일 11시 05분 KST
한국 장르 드라마의 지각변동 〈비밀의

한국 장르 드라마의 지각변동 〈비밀의 숲〉

〈비밀의 숲〉은 다른 길을 간다. 수술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 건 다름 아닌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는 검사다. 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객관적 사실관계에 근거해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덕분에 드라마 초반에는 황시목이 범인이라는 추측들이 난무하기도 했다. 보통의 이야기에서 악당의 배경일 수 있는 인생을 짊어진 주인공 황시목은 〈비밀의 숲〉에서 일종의 슈퍼히어로로 기능한다.
2017년 08월 01일 06시 48분 KST
위대한 감독, 조지 로메로를

위대한 감독, 조지 로메로를 추모하며

그의 첫 번째 독립장편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전설이 되었다. 그는 현대적인 좀비영화의 원형을 제공했다. 조지 로메로가 만들어낸 가장 탁월한 설정은 바로 원인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는 시체가 왜 되살아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공란으로 남겨두었다. 관객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그러나 감독은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 한계를 짓지 않았다는 게 더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사실 감독의 생각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좀비는 왜?'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사람은 왜?'였다.
2017년 07월 28일 12시 52분 KST
25년 만에 돌아온 〈트윈 픽스〉를

25년 만에 돌아온 〈트윈 픽스〉를 환영하며

새로운 시즌의 여덟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쿠퍼 요원은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다. 자신이 온전히 기획하고 연출할 수 있는 작품에만 참여했던 데이비드 린치는 이번 시즌 역시 파맛 첵스 같은 미감으로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가장 전위적인 이야기를 고집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연출자가 가장 나이 많은 감독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에 묘한 신비함을 느끼며 이번 시즌을 챙겨 보고 있다.
2017년 07월 14일 12시 24분 KST
〈웨스트 윙〉 〈캐빈 인 더 우즈〉 〈겟 아웃〉의 브래들리

〈웨스트 윙〉 〈캐빈 인 더 우즈〉 〈겟 아웃〉의 브래들리 휫퍼드

나는 〈웨스트 윙〉에서 단 한 사람의 주인공을 꼽아야 한다면 단연 조시 라이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시 라이먼은 곧 '똑똑하고 공격적이며 재수없고 유머러스한 수다쟁이 유대계 민주당원'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이 되었다. 드라마 〈웨스트 윙〉의 성공은 조시 라이먼을 연기한 실제 배우에게도 그와 똑같은 종류의 인장을 남겼다. 조시 라이먼을 연기한 브래들리 휫퍼드 이야기다. 브래들리 휫퍼드는 조시 라이먼과 영 분리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이 인장을 떨쳐내지 못했다. 다만 그것을 떨쳐내는 대신 더 나은 방법으로 극복해냈다.
2017년 06월 23일 11시 23분 KST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보고 괴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보고 괴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기억하며

우리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를 알고 있다. 그러나 다스 베이더를 연기한 데이비드 프라우스는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를 알고 있다. 그러나 프레디 크루거를 연기한 로버트 잉글런드는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들었던 괴물을 알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초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연기한 찰스 오글은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에이리언 영화 속의 제노모프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저 무겁고 덥고 불편했던 제노모프의 의상을 처음으로 입고 연기했던 배우, 보라지 바데조는 기억하지 못한다.
2017년 05월 26일 13시 29분 KST
배우 김영애의 절정의 순간 〈깊은 밤

배우 김영애의 절정의 순간 〈깊은 밤 갑자기〉

김영애는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여러 번 '엄마'였던 배우다. 그녀를 떠올리는 데 가장 어울리는 건 어쩌면 그녀가 엄마였던, 바로 그 애틋하고 안쓰러운 공감의 순간들을 추억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장 애틋하고 안쓰러운 공감의 순간 대신에 그녀가 가장 파괴적이고 매혹적이었던 절정의 순간을 꼽고 싶었고, 그래서 〈깊은 밤 갑자기〉로 이렇게 그녀를 추억한다. 나는 그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김영애 선생님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2017년 04월 28일 12시 02분 KST
누군가를 믿어야 하는 이유에 관한 역설

누군가를 믿어야 하는 이유에 관한 역설 〈분노〉

"오키나와의 편이라든가 하는 그런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하지만, 너의 편이라면 언제든지 되어줄게." 나는 저 말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컨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저런 말은 순간적으로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용도일 뿐이다. '너의 편이 되어준다'는 말의 무게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편이라든가 그런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하지만'이라는 말이 드러내고 있듯이 말이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는 일은 오키나와의 편이 되는 것만큼이나 크고 무거운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 일인지 알지 못하거나 애초 고민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만이 저런 약속을 쉽게 내뱉는다.
2017년 04월 13일 13시 00분 KST
고질라 시리즈 본연의 정체성을 정리해낸 〈신

고질라 시리즈 본연의 정체성을 정리해낸 〈신 고질라〉

〈고질라〉 시리즈는 괴수영화일까, 재난영화일까. 전자는 파괴와 결투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후자는 공공의 재난 상황에 맞서 구성원들이 지혜와 용기를 짜내어 공동체를 위기로부터 구제해내는 과정을 그린다. 그런 점에서 볼 때 54년의 초대 〈고질라〉는 재난영화였다. 이후 〈고지라 대 모스라〉 〈고지라 대 킹기도라〉 〈고지라 대 스페이스고지라〉와 같은 쇼와, 헤이세이 시리즈들은 괴수영화였다. 안노 히데아키의 〈신 고질라〉는 괴수물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되 어디까지나 재난영화의 성격을 더 많이 지닌 영화다.
2017년 04월 04일 13시 42분 KST
〈로건〉의 깊이와

〈로건〉의 깊이와 힘

〈로건〉이 특별해 보이는 건 이 영화가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확장성이 아닌 독립적인 본연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한 깊이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매우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영화 〈로건〉을 기존 〈엑스맨〉 시리즈의 연장선 위에서 읽으려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다. 이 영화는 울버린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의 독립적인 이야기다.
2017년 03월 13일 12시 24분 KST
〈엘리펀트맨〉과 〈1984〉의 잊지 못할

〈엘리펀트맨〉과 〈1984〉의 잊지 못할 장면

영원히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그런 장면들이 꽤 많다. 그 가운데 두 가지 장면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두 가지 장면에 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그것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장면은 모두 한 명의 배우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평생에 걸쳐 마흔세번 죽었고, 얼마 전 마지막으로 다시 죽었다. 이 원고는 그에게 바치는 글이다.
2017년 02월 24일 10시 54분 KST
상대적 결핍으로 유지되는 사랑을 반품하다 〈매기스

상대적 결핍으로 유지되는 사랑을 반품하다 〈매기스 플랜〉

때에 따라 평균을 훨씬 더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는 그런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남자보다 덜 이기적인 주인공들이 그런 남자를 관리해내기 위해 분투한다. 그냥 배제해버리면 될 텐데 뭐 그리 잘난 남자라고 굳이 관리까지 해가며 그녀들의 삶 안으로 끌어안아야 하나 싶겠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그는 그녀 아이들의 아빠이고 결정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 사랑 말이다. 오늘도 수많은 구제 불능의 이기적인 인간들이 사랑받는다는 구실로 구제받는 중이다. 사랑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2017년 01월 18일 09시 05분 KST
〈스타워즈〉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완벽하게 메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타워즈〉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완벽하게 메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다스 베이더가 얼마나 강한지에 관한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스 베이더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가 얼마나 강한지에 관해서는 눈으로 확인해본 일이 별로 없다. 에피소드4에서 오비완 케노비와의 대결 시퀀스를 떠올려보자. 그건 대결이라기보다 광선검을 들고 장기를 두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에피소드5와 6에서 루크와의 대결은 그보다 조금 더 나았다. 그러나 역시 둔하고 느렸다. 반면 〈로그 원〉에 등장하는 다스 베이더의 학살 장면은 압도적이다. 누구도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 다스 베이더는 〈로그 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스타워즈〉 시리즈의 압도적인 사기 캐릭터로서 입지를 확실히 한다.
2017년 01월 03일 12시 54분 KST
가만히 나를

가만히 나를 들여다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생각의 방향이 반드시 옳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생각의 방향이 경직된 사고에 갇혀버렸을 때 그 결과는 옳은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변질된다.
2016년 12월 29일 06시 10분 KST
관객을 무너뜨리는 〈라라랜드〉의 엔딩

관객을 무너뜨리는 〈라라랜드〉의 엔딩 신

인생은 대개 꼴사납고 남부끄러운 일의 연속이다. 우리는 이별에 특정한 계기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되돌리지 못해 있는 힘껏 자책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헤어지는 건 '그냥' 헤어지는 거다. 만약에, 를 여러 번 곱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만약에, 라는 말은 슬프다. 이루어질 리 없고 되풀이될 리 없으며 되돌린다고 해서 잘될 리 없는 것을 모두가 대책 없이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만약에, 는 슬픈 것이다. 당신이 〈라라랜드〉에 무너져내렸다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2016년 12월 21일 08시 35분 KST
네가 싫은 건, 네가

네가 싫은 건, 네가 나라서야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안으로 후퇴하고 침식되다 죽음을 선택했다. 미시마 유키오는 대의에 매료되어 뜬구름 잡는 뜨거움을 주장하다가 허황된 죽음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를 서로 완전히 상반된 두개의 이미지로 비교한다. 그러나 나는 저 둘이 서로 완전한 닮은꼴이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 사람은 자기 존재가 버거워 그것을 감싸 안으며 안으로 끝없이 파고들어갔다. 다른 하나 역시 자신을 버거워했으나 안으로 파고드는 대신 천황과 일본의 무장을 핑계로 '극기'와 '남자다움' 따위에 한없이 매료되었다.
2016년 12월 15일 12시 42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