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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중앙대 교수·독문학
국경 없는 유럽에서 동북아를

국경 없는 유럽에서 동북아를 생각한다

부러운 마음으로 하나 된 유럽을 체험하며 불안한 눈으로 분열된 아시아를 돌아본다. 문제는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다. 특히 동북아가 문제다. 만약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전쟁터는 유럽이 아니라 동북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 한국과 일본의 역사 논쟁, 중국과 한국의 '사드 갈등', 북한의 '핵정치' 등은 동북아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역인지를 새삼 환기시킨다.
2016년 09월 05일 10시 59분 KST
교육혁명, 더 이상 미룰 수

교육혁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 학교에는 지식교육만 있을 뿐 성교육, 정치교육, 생태교육이 없다. 한 인간이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생명체로서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교육은 방기하고 있다. 지식의 습득만을 절대시하는 '학습기계'가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최고의 학습기계는 최악의 괴물이 될 위험성이 높다. 우병우, 진경준, 홍만표, 나향욱 - 한국 교육이 키워낸 최우등 '괴물들'의 적나라한 비루함은 오늘 우리에게 교육혁명의 절박함을 증언하고 있다.
2016년 08월 08일 12시 28분 KST
민주주의의 덫이 된

민주주의의 덫이 된 공영방송

이번 보도통제, 인사개입 사건은 헌법이 규정한 '민주공화국'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인 사건이다.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공영방송의 보도를 통제한 정치인은 구속되고, 공영방송의 인사에 개입한 대통령은 탄핵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외적 침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내적 잠식이다. 아도르노의 말처럼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파시즘보다 민주주의 속에서의 파시즘이 더 위험한" 것이다.
2016년 07월 11일 15시 19분 KST
학벌계급사회를

학벌계급사회를 넘어서

"내 아이를 이 지옥 속에 밀어 넣을 자신이 없어요." 출산율 저하를 화제로 다섯 명의 대학원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한 학생에게서 돌아온 답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중반의 여성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해 이 정도까지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숨 막히는 경쟁에 내몰리는 교육환경과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상처, 좌절과 분노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 사회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2016년 06월 13일 06시 53분 KST
독일 경제기적을 낳은 노동자

독일 경제기적을 낳은 노동자 경영참여

1976년 노사 동수의 이사회 구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동결정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찬성 389 대 반대 22였다. 보수당인 기민당(CDU)도, 자유시장경제를 내세우는 자민당(FDP)도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입법기관을 선출하고 정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시민'이 '경제시민'으로서는 노예로 강등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민당 원내대표 볼프강 미슈니크의 연설이었다. 진보-보수-자유주의자 모두를 아우르는 '거대한 합의'를 통해 독일은 노동자가 이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된 것이다.
2016년 05월 16일 08시 29분 KST
위험수위 넘어선 한국 정치의

위험수위 넘어선 한국 정치의 우편향

두 야당이 자랑스럽게 영입한 인사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의 추종자들과 승자들이다. 승자독식 경제의 희생자들과 패배자들, 신자유주의 비판자들은 야당에서조차 찬밥 신세다. 야당에서마저 '안보수구'와 '경제보수'가 개혁의 선봉장으로 대접받고 '새 피'로 환영받는 전도된 정치환경 속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우편향 정치구조가 더욱 우경화되어가고 있다.
2016년 02월 22일 08시 44분 KST
100만 난민을 받는 나라의

100만 난민을 받는 나라의 교육

독일의 경우 16살(고1)부터 지방의회 선거와 교육감 선거, 18살부터 연방의회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는다. 선거철이면 학교 강당에서 정치 유세가 열리며, 최소 2시간의 선거 유세 참가를 의무로 규정해놓은 학교도 많다. 학생들의 정치활동도 폭넓게 보장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학교법에 따르면, "학생은 정당이나 노동조합에서 개최하는 세미나 등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 일주일간의 결석을 신청할 권리"가 있으며, "누구나 14살부터는 정당에 소속된 청년회에 가입할 수 있고, 16살부터는 정식으로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2016년 01월 18일 06시 25분 KST
시간강사 문제, 교수들이 나설

시간강사 문제, 교수들이 나설 때다

근대 대학의 창시자인 훔볼트는 대학이란 "미래의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곳"이라고 했지만, 이 땅의 대학이 보여주는 것은 끔찍한 디스토피아의 모습이다. 대학은 이 사회에서 가장 악랄한 노동착취 기구가 되었다. 시간강사는 교수의 10분의 1에 불과한 연봉을 받고 교육하고 있으며, 조교는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행정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만큼 임금착취가 자심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2015년 12월 21일 05시 26분 KST

"사장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습니까?"

요즘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그날의 토론을 떠올린다. 드라마 <미생>을 볼 때도 그랬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은 비판할 수 있지만, 사장은 비판할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민주화를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노예적' 삶을 살고 있다. 고용주는 생사여탈권을 움켜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노동자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온갖 굴욕을 감수한다. 이것이 <송곳>과 <미생>이 폭로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2015년 11월 23일 06시 15분 KST
보수를 위한

보수를 위한 변명

진정한 보수는 통합을 지향하지만, 수구는 좌우 나누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모든 정적을 '좌파'라고 부른다. "지금 대한민국 국사학자의 90%가 좌파"라는 집권당 대표의 발언은 수구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자기들보다 오른쪽엔 아무도 없으니까.
2015년 10월 26일 10시 24분 KST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반드시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반드시 돌아온다

일본과 달리 독일의 경우는 성공적인 과거청산이 국가 발전의 토대이자 원동력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7년간의 독일 유학 기간 동안 독일의 철저한 과거청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내겐 그들의 과거청산이 '과잉청산'으로 보였고, 그들의 역사관이 '자학사관'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독일의 수천년 역사에서 히틀러의 집권 기간은 12년에 불과하지만, 독일의 학교에서는 이 기간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교육목표 또한 '제3제국의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놓여 있다.
2015년 09월 21일 10시 50분 KST
대학의 죽음과

대학의 죽음과 절망사회

한국의 보수 세력은 한국 민주주의의 선봉장 구실을 해온 대학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대학은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늘 선두에 섰고, 노동운동을 이론화, 조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이 결탁하여 대학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15년 08월 24일 11시 32분 KST
유럽의 독일화를

유럽의 독일화를 우려한다

얼마 전 타계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는 1960년대부터 유럽통합을 주창해온 독일의 대표적인 유럽주의자였다. 그는 독일통일의 문제도 유럽적 관점에서 파악했다. 그에게 독일통일의 본질은 '독일을 유럽화할 것인가', '유럽을 독일화할 것인가'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는 문제였다. 그가 민족국가를 복원하는 형태의 통일에 반대한 것은 통일독일이 전후 반세기 동안 유럽의 평화를 유지시켜온 세력균형을 무너뜨리고,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럽 전체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이 과거 군사력으로 정복하지 못한 유럽을 이제 경제력으로 정복하게 될 것"이라고 끊임없이 경고했다.
2015년 07월 27일 10시 13분 KST
문제는 표절이

문제는 표절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무의식적 표절 행위'가 아니라, 문학을 '미문을 짓는 일'로 보는 관점이다. 신경숙 논쟁의 핵심에는 '어디까지가 표절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름다운 문장을 지어내는 것이 과연 좋은 문학인가' 하는 물음이 자리하고 있다. 신경숙 논란에서 다시 드러난 한국문학의 위기는 미문주의의 위기이다. 문학이 현실의 심연을 도발의 언어로 천착하지 못하고, 단지 그 표면을 아름다운 언어로 치장할 때, 문학은 이 성형의 시대에 감성의 화장술로 타락한다.
2015년 06월 29일 12시 40분 KST
귄터 그라스의

귄터 그라스의 나라

그라스는 위대한 '시민'이었다. 그는 선거 때마다 자원봉사자들로 유권자연합을 결성하여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1969년 선거에서는 190회, 1972년 선거에서는 130회 이상의 유세를 직접 펼쳤고, 1999년 노벨상을 받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도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회 선거에 지원유세를 나선 것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주 일상적인 말로 맥주잔을 앞에 놓고" 대중들과 토론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라스에게 정치 참여의 이유를 물으면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2015년 05월 04일 14시 12분 KST
박범훈 사건과 '파우스트의

박범훈 사건과 '파우스트의 거래'

박범훈 비리 의혹 사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파우스트의 거래'라는 말이다. 박 전 수석이 사적인 욕망 때문에 총장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마저 팔아버렸다는 의미 때문만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 총장을 지낸 데릭 복은 미국 대학의 기업화 현상을 '파우스트의 거래'에 비유하는데, 대학이 수익 창출이라는 욕망을 좇다가 결국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신세가 되었다는 그의 지적은 바로 중앙대 사태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기업이 대학을 인수했을 때 벌어지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학이 기업처럼 바뀌고, 그렇게 기업화된 대학은 영혼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에 있다.
2015년 04월 06일 13시 46분 KST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권고함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다. 황 장관은 '취업이 학문보다 우선하며, 취업을 중심으로 대학을 바꿔야 한다'는 기발한 신념을 피력하고 다니는 '취업대학론'의 전도사다. 황 장관이 이처럼 대학정책에서 취업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데는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기업의 탐욕으로 야기된 청년실업 문제를 대학에 전가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이참에 비판적인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대학에서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2015년 03월 09일 12시 00분 KST
우려스런 황우여 장관의

우려스런 황우여 장관의 교육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대학사회에 커다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취업이 인문학보다 우선하며, 취업 중심으로 교육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진다는 교육부 수장이 이런 근시안적인 교육관을 가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이 인문학에 우선한다'는 기상천외한 발언은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전경련 회장의 입에서라면 몰라도, 교육부 장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교육
2015년 02월 09일 09시 08분 KST
불안, 한국 사회의 숨은

불안, 한국 사회의 숨은 지배자

최근 한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피의자 강아무개씨가 우리 사회의 성공한 중산층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이 지난해에 일어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이유는 송파 사건이 우리 사회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면, 서초동 사건은 시스템 자체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서초동 사건은 시스템에 누구보다도 잘 적응해온 자의 비극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훈적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2015년 01월 12일 12시 54분 KST
무릎 꿇는

무릎 꿇는 사회

무엇보다도 최근의 사건들이 보여준 것은 우리가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항공기 사무장이 무릎 꿇고, 승무원이 무릎 꿇고, <카트>의 계약직 노동자가 무릎 꿇고, <미생>의 직장인들이 무릎 꿇고, 강남의 아파트 경비원이 무릎 꿇는다. 이는 한편으로는 부당한 권력의 폭력성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현시한다.
2014년 12월 15일 11시 07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