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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Attorney at GRM Law

가끔 사법시험 출신 한국 변호사가 왜 영국까지 와서 취직한 거냐, 한국 변호사 시장이 그렇게 좋지 않냐 라는 질문을 듣는데, 뭐 그래서 영국으로 온 건 아니고, 2년이면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암시에 홀랑 넘어가서 왔다가(장학금 받고 왔다) 이래저래 못 돌아가고 있다(석사는 마쳤다). 요즘은 영영 안 돌아올 거냐 라는 질문을 가끔 듣는데, 언젠가는 돌아갈 생각으로 있다(영국에 뼈를 묻고 싶지는 않다).
황당과

황당과 공포

내가 여기 가족이 있고 사유 재산이 있고 어린아이가 기다리고 있고 직장이 있고 내 비자가 합법적이고 세금을 내고 있고... 등등 기타 모든 사정과 하등 관계 없이 90일 동안은 집으로 갈 수 없다. 난데없다. 아이를 동반하고 있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미성년자를 동반한 경우에 대한 예외도 없다. 아이 역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고 학교에도 갈 수 없다. 학생들도 마찬가지고 출장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이유도 없는 거다. 그냥 국적이 문제일 뿐. 그러니 저 행정명령은 말할 수 없이 황당한 동시에 매우 공포스럽기도 하다. 미국이 저런 짓을 7개 국가 국민 및 난민을 대상으로 난데없이 저지를 생각을 했다면 같은 짓을 어느 나라를 대상으로 해서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01월 31일 05시 54분 KST
2014년 4월

2014년 4월 16일

나는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한다. 그 전해의 4월 16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2014년 4월 16일에 나는 그 다음날 휴가를 떠날 생각이었기 때문에 집 식탁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유람선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읽었다. 별일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친구가 어 잠깐만, 이럴 분위기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악몽 같은 현실이 쭈욱 펼쳐졌고 정신이 없어졌던 기억이 난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진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의사는 그날 대통령을 진료했는지 여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다른 날도 아니고 2014년 4월 16일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을 진료했는지 아닌지가 "기억 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2016년 11월 22일 13시 13분 KST
'최순실'이

'최순실'이 아니었다면

이 좌우를 가릴 것 없는 맹렬한 분노가 국민이 선택한 최고 권력이 아무런 민주적 내지 절차적 정당성 없는 누군가에게 의사결정의 상당부분을 의탁했다는 것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라는 거다. 어떻게 세상에 저런 정도의 인간에게, 라는 감정이 더해진 것이지. 최순실과 그 주변의 인간들은 어떤 식의 존경은 그만두고 인정을 받을 구석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참말로 없다. 저 최 여사가 뭔가 하나만 제도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아우라가 있었다면. 학벌이든 경력이든. 아니 뭐 남자이기만 했어도 이 사건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꽤 달랐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다.
2016년 10월 28일 05시 45분 KST
故 백남기 님께 삼가 조의를

故 백남기 님께 삼가 조의를 표하며

위독하다는 기사 밑에서 우연히 그러게 왜 불법시위를 해서 그러냐, 라는 댓글을 보고 아연해졌다. 불법시위라 치고, 불법으로 하는 시위에 참가하면 저 정도 상해를 입혀도 되는가? 불법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해당하는 정도의 처벌을 받으면 된다. 뇌사와 사망이란 것은 행한 불법을 훨씬 뛰어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저런 중한 결과를 가져온 건 공권력 쪽의 잘못이다. 그리고 왜 잘못을 하게 된 것인지를 살펴봐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고. 이건 굉장히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냥 일반 시민들이, 사실은 쉽사리 물대포를 맞을 수 있는, 개돼지로 분류되는 그냥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공권력의 편을 드는 것이 매우 의아하다.
2016년 09월 25일 14시 58분 KST
영국인을 위한

영국인을 위한 변명

의심할 바 없이 Brexit 이후에 감추어져 있던 배타성과 차별이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많은 영국인들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영국인으로서 우리는 그런 꼴을 좌시할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나는 참이다. 영국에서 당신들은 안전하다며, 안전핀을 옷깃에 꽂고. 감동적이지만 슬프다. 그러나 또한 우리의 시민 사회를 건네다 본다. 이만큼 한국인들은 외국인 내지 다른 민족 출신 '한국인'에게 가해지는 모욕과 차별에 민감한가. 그에 반대하고 대항해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연대와 지지를 표명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우리가 억울하다고 느낄 정도로 우리나라로 피신해 온 외국인을 같게 대접해 본 바 있는가.
2016년 06월 30일 12시 12분 KST
It's a men's men's

It's a men's men's world

여자들 세상의 위험도는 얌전한 복장이고 뭐고 이딴 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2016년 05월 18일 15시 27분 KST
선진국형 마음의

선진국형 마음의 자세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죽여버리고 싶은, 그래 마땅한 인간을 죽일 수 없는 것, 세금으로 그를 먹여살려야 하는 것, 그것도 어쩌면 서민들보다도 훨씬 더 잘 먹여살려야 한다는 것, 적반하장격으로 인권을 주장하는 미친 놈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수긍해야만 한다는 것, 게다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까지도 물어줘야만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나의 세금으로 범죄자들이 잘 먹고 잘 산다니 내 돈 아깝다 아 그냥 죽여버려라, 라고 말하면서는, 죄지은 자는 철저히 응징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짓밟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범죄자에게 인권 따위 없다고 생각해서는, 고생해 마땅하다고 생각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2016년 04월 22일 11시 29분 KST
너무 멀거나, 너무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운

나는 가끔 한국인들은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면서 적당히 예의 바른 거, 서비스를 인격과 분리시키는 거, 해 본 적이 없는 거다. 상대방이 어리건 늙었건 하물며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람 자체를 존중한다는 것도. 누군가를 자기의 가족이나 아는 사람으로 치환하지 않으면 잘해 줄 마음을 쉽사리 갖지 못하는 거 같더라고. 그런데 가족이나 친지로 생각하는 경우에는 또 그 적당한 거리두기가 안된다.
2016년 03월 25일 13시 31분 KST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찬성법'이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찬성법'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찬성법이라며 절대로 동성애를 합법화하지는 않겠노라며 두 주먹을 굳게 부르쥔 분들이 선거철을 맞이하야 부끄러움도 모르고 출몰하는 걸 보고 있자니 또 한 마디. 다만, 저런 몰지각한 소리를 내놓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야만 한다는 듯이 반응하는 건 저와 같은 것이 유권자들의 평균적인 의식수준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말하자면 보통선거 평등선거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장삼이사 할 거 없이 누구나 투표하고 그게 다 같이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사적 영역이란 것이 무엇인지조차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한 표씩. 그러나 그와 같은 대중의 수준에 영합하는 사람들이 표를 구걸하여 당선되는 것은 나라의 수준을 영영 저 아래에 두는 것이겠다.
2016년 03월 16일 05시 47분 KST
테러의 시대, 불신의

테러의 시대, 불신의 시대

어떤 구체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위험하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되어 개인의 정보가 수집되고 위치가 추적된다니 그 상당한 이유란 무엇인가. 저런 복장을 한 흑인 소년은 위험인물로 보고 의심해도 되는 것인가. 나의 행동과 사상은 또한 어디까지 검열해야 할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이 역시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2016년 02월 25일 11시 37분 KST
당신은 무섭지

당신은 무섭지 않은가

이 사건은 공권력이라는 것이 적법하게 행사되지 않을 때, 당신을 포함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집회에 참석한 것이 잘못이라고? 살기가 힘들어서 도저히 못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게, "식물인간과 뇌사 그 어디 중간 쯤"의 몸이 되어 돌아올 정도의 중범죄는 아니지 않나. 그러게 그럼 왜 거기 서 있었냐고? 서 있었던 사람 잘못이라고? 그렇게 말함으로써 당신은 스스로의 자유와 운명을 공권력의 손에 턱 맡기게 된다.
2016년 01월 25일 05시 05분 KST
순수한 한국인, 불순한

순수한 한국인, 불순한 비난

게다가 우리 꽤나 외국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지키고자 하는 민족 아니던가, 이민이은 아니든. 김치 먹고. 제사 지내고. 우리에게, 너는 살러 온 주제에 왜 British(사실 이 대목에선 민족적 개념이니까 British도 아니고 English에 해당하는데 이건 뭐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하지 않는 거냐고 강요force한다면. 너는 더 이상 Korean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연히 싫은 거 아님. 그럼 왜 한국으로 온 외국인에게는 Korean이 되라고 강요해야 하고 어디서 온 것인지를 배려하면 안된다는 말인가.
2016년 01월 20일 12시 56분 KST
소녀가

소녀가 아니라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순결한 소녀'로 상징하는 것을 흔히 본다. 순결한 소녀로 피해자를 상정하는 것은 호소력 있는 시각임을 안다. 그러나 피해자를 순결한 소녀로 상정함으로써, 그 외의 피해자는 설 곳이 없어진다. 순결한 소녀 이외의 피해자는 진정 하나도 없는가. 다만 여기서 나는 생존한 위안부들의 과거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혀 둔다. 피해자를 억지로 끌려간 순결하고 나이 어린 소녀로만 보는 경우 그 이외의 군 위안부가 존재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불필요한 반박을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또한 편협하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범죄 그 자체이다.
2015년 12월 31일 05시 38분 KST
국가의

국가의 의무

가만히 등을 돌리고 머리로 등으로 물대포를 맞고 있는 저 사람에게서 경찰은 어떤 현존하고 중대한 피할 수 없는 위협을 느끼는 건가? 쓰러진 사람에게 계속하여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는 행위에서, 무저항의 사람에게 역시 물대포를 직사하는 행위에서, 저 물대포를 쏘는 경찰의 전혀 통제되지 않는, 그야말로 용납이 되지 않을 정도의 악의가 느껴진다. 그런 개인의 감정을 통제하라고 복무 수칙이 있고 상하 조직이 있는 거다. 시위를 원천봉쇄하지 못하는 것이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이런 무도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다.
2015년 11월 16일 05시 09분 KST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나라의 아이유

나는 솔직히, 이 노래에서 불결하고 음탕한 성적인 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응징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건전한 사회에서, 어째 소라넷은 폐쇄도 안되고 잘만 번성하는지, 네 살짜리 꼬마들 군대 보내서 울리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왜 절찬 방영 중인지, 롤리타 컴플렉스를 저언혀 숨기지도 않는 교복 입은 언니들 반 누드 사진전은 왜 이리 절찬리 호평인지 모르겠다. 거의 빤쮸만 입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십대 걸그룹까지 이야기가 갈 것도 없고 말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사태에 대한 이 떠들썩한 반응이 사실은 타격 대상이 어린-젊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만만하고, 이리저리 해도 욕할 거 많고.
2015년 11월 08일 13시 19분 KST
일생에 걸친

일생에 걸친 동반자

사실 토베 얀센과 투티의 관계는 보통의 연애관계와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이들의 관계를 묘사할 때는 그저 연인이라거나 파트너라는 말보다는 일생에 걸친 동반자 lifelong partners라는 표현이 쓰이는 걸 본다. 이들은 예술가로서 동료였고,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토베 얀센과 툴리키 피틸라는 1964년도에 무인도에 수도시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두막을 짓고 여름이면 늘 그 작은 바위섬의 오두막에 가서 여름을 보내며 작업을 하곤 했다. 두 사람 다 70대의 노인이 되어 체력이 부쳐 더 이상은 그 오두막에 갈 수 없게 될 때까지.
2015년 07월 22일 12시 56분 KST
당신이 떠난

당신이 떠난 자리

이미 누군가 앉은 자리의 옆에 가서 착 붙어 앉는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옆사람이 이상해 하고 심지어는 불쾌하거나 불편해 하는 것이 느껴질 뿐이다. 하므로, 눈치가 없거나 신경이 안 쓰이면 무시하고 아무데나 앉으면 되겠으나. 이러한 행동양식은 말하자면, 가능한 한 사람 사이에 개인공간을 두려는 거다. 심지어는 그 가운데 자리에 낑겨 앉느니 안쪽으로 들어가 서서 가는 사람조차 있다. 이러고 한두 정거장 가다 보면 사람들이 내리므로 그때서야 옆자리가 빈 좌석에 가서 앉겠다는 심산이다. 따라서 옆자리가 비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 칸 띄워 앉거나 아예 서서 가는 영국인이 있다고 하여 이를 인종차별이라고 볼 일은 아니다.
2015년 07월 15일 15시 07분 KST
폭력은 연애의 일부가

폭력은 연애의 일부가 아니다

이름을 알만한 진보적 논객의 데이트 폭행에 대한 폭로가 있었고, 그에 따른 설왕설래가 있었다. 이 사건에 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3자의 입장에선 차분히 두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적인 이야기를 왜 까발리느냐, 왜 둘이 해결하지 못하고 시끄럽게 구느냐, 는 이야기를 몇 번 읽었다. 그에 찬성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야기가 둘이 사귀었다더라, 헤어졌다더라, 의 문제를 넘어서 폭력에 관한 폭로로 넘어가면, 이는 더 이상, 단순한 남녀상열지사의 문제는 아니다. 서로의 합의 하에 벌어지는 SM 플레이의 경험에 대한 상세 까발림도, 상대의 성격적 결점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 거다. 폭행이고, 상해에 대한 것이라고.
2015년 06월 21일 05시 34분 KST
재채기와 기침에 관한

재채기와 기침에 관한 매너

영국에서의 올바른 예의는 재채기를 최대한 티 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코와 입을 싸 쥐고 입술을 앙다물어 참거나,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재채기가 나올라치면 가능한 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비록 이렇게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하여간 재채기를 하면 미안하다Excuse me라고 양해를 구한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아무도 본인을 주목하지 않는 경우에도, 예를 들어 거리를 걸어가는 도중에도 혼자 재채기를 하고 혼자 대상 없이 Excuse me를 하기도 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한참 유행했지만, 매너는 사람을 지켜 주기도 한다. 침이 사방에 다 튈 정도의 씨원한 재채기를 하고, 입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하는 것은 가까운 사람을 감염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2015년 06월 05일 06시 21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