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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펭귄클래식코리아 편집인, 에디터 & 트라이애슬릿.

국문학을 전공하고, 소설과 시를 끄적거리다 출판사에 정착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 밥을 먹고, 사는 얘기를 하면서, 책을 내자고 꼬시는 게 일이다. 강금실, 강인선, 김진애, 손미나, 구혜선, 박혜란, 한호림, 이적 등의 책을 출간했으며, 최근엔 펭귄클래식코리아 편집인을 맡고 있다. 책, 영화, 음악, 공연, 스포츠, 그림, 사람을 넘나들며 각종 문화 현상에 다양한 호기심을 자랑한다. 정치적 성향은 약한 자의 편이며, 평생 하이힐과 매니큐어는 사지 않을 게 분명하다. 주로 책상에 앉아 생활하는 선비형 노동자로 살다가, 7년 전부터 장거리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을 즐기는 근육형 노동자로 돌아섰다. 소식과 채식을 즐기며 요즘엔 배드민턴과 해금을 배우는 중이다. 시간과 육체가 허락하면 사막 마라톤이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 읽은 책은 기부하고 안 읽은 책만 꽂아 둔다. 스콧 니어링처럼 살다가 죽고 싶다.
무너진 박타푸르의 염소

무너진 박타푸르의 염소 행렬

2014년 4월 말이니 딱 작년 요맘때, 오랫동안 맘속에 품어왔던 히말라야 산을 걷고 왔다. 미리 네팔에 다녀와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반, 작년에 안 갔으면 올해 거기서 딱 지진을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복잡함 반이 교차한다. 작년에 만나 함께 팀을 이뤄 산에 올랐던 현지 가이드와 셀파들은 모두 카트만두에 산다고 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아침마다 함께 찌아를 마시고, 우리나라 소주처럼 생긴 네팔 술을 저녁마다 나눠 마시고, 마지막 날에 롯지에선 비싼 음식 중 하나인 신라면 파티를 열었더니 고마워하면서 먹던 그들의 순한 눈빛이 자꾸만 떠오른다.
2015년 05월 07일 12시 48분 KST
미니 쿠퍼와 굴뚝의

미니 쿠퍼와 굴뚝의 상관관계

내가 레고로 차 한 대를 조립하며 뿌듯해하는 동안, 70미터 높이의 굴뚝에서 새해를 맞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도 한때는 그러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부품만을 조립했겠지만, 유니폼에 쓰인 쌍용 차가 거리를 달리는 걸 보면서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 이효리 씨는 그 노동자의 식구들을 만나 격려했고, 김의성 배우는 연일 차가운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굴뚝 밑에는, 이 혹한에 천막도 없이 난로에 장작을 때가며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과 달리 나약하고 아무런 영향력 없는 나는, 그저 장작이나 때라고 몇 푼 보내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015년 01월 05일 09시 15분 KST
똑똑한 당신도 한순간에

똑똑한 당신도 한순간에 넘어간다

"큰일났어요! 아드님이 외출을 나왔다가 민간인이랑 싸움이 붙어서 크게 다쳤습니다."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온가족이 혼비백산했다. 동생이 군대에 간 지 채 1년도 안 된 때였다. 얼마 전 면회 때 보고 온 비쩍 마른 모습에 안 그래도 부모님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 때에 이런 전화가 걸려왔으니!
2014년 11월 21일 06시 44분 KST
나이 먹는 남자일수록 몰입할 딴짓이

나이 먹는 남자일수록 몰입할 딴짓이 필요하다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의 연구실 문을 열고 처음 들어선 사람은 일단 입부터 쫙 벌린다. 온갖 책과 과학 잡지, 논문 다발이 켜켜이 쌓여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군데군데 세워진 깡통 로봇은 뭐고, 쪼르르 놓인 백자 그릇은 또 뭔가. 가만,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였나? 아니면 전공이 무기공학인가? 하나하나 이름까지 달린 이 로봇들은 이기진 교수가 디자인하여 만든 것인데, 파리의 아트페어에 전시되어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다. 이빨이 나간 도자기는 술 약속이 있을 때마다 수건에 둘둘 말아 가지고 나가는 전용 술잔이다.
2014년 07월 28일 05시 23분 KST
이런 비루함도

이런 비루함도 사랑인가

사실 지금도 우리는 친했던 대학 동창보다 SNS로 만나는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 관심사가 뭔지 잘 아는 것도 그들이요, 별 것 아닌 내 생각에 좋아요를 눌러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그들이다. 그런데 사랑이라고 다르겠는가. 바로 내 곁에 배우자나 애인이 누워 있다 해도 내 생각을, 내 느낌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지 못하면 그 육체가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인공 지능이 낫다. 그러나 내 마음이 아프고 쓸쓸할 때, 다 안다는 듯이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인간의 체온을 인공 지능 따위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2014년 05월 29일 07시 00분 KST
사는 게, 사는

사는 게, 사는 걸까요

저녁마다 뉴스를 보면서 체육관에 모여 있는 가족들 모습에 가슴이 서럽게 내려앉아요. 지옥 속에서 구조된 아이, 이미 사망이 확인된 아이,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아이... 내 아들보다 세 살이나 더 어린 아이들. 살아온 18년 세월이 행복하지만도 않았을 텐데. 좋은 시절 올 거라는 어른들 말만 믿고 많은 걸 뒤로 미루며 살았을 게 뻔한데. 진지하고 엄정하게 생각해 봅니다. 내가 탄 배가 기울어 가고, 살 길은 눈앞에 있는데, 많은 어린 생명들이 내 뒤에 있다면, 나는 과연 되돌아가서 그들을 구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을 것인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결정이지요.
2014년 04월 27일 10시 30분 KST
네 명의 가냘픈 여인과 네 대의 터프한

네 명의 가냘픈 여인과 네 대의 터프한 자전거

흔히 철인 삼종 경기라고 부르는 트라이애슬론은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3시간 3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내에 수영, 사이클, 마라톤 세 가지를 쉬지 않고 치러내는 스포츠다. 그런데 여자들이, 그것도 새파란 젊은 나이의 청춘도 아닌 48세에서 60세의 중년 여성들이 이런 운동을 취미로 하고 있다니, 말만 들어도 신기한 일이다. 국내 트라이애슬론 동호인이 천 명이 안 되고 그 중 여성은 100명도 되지 않으니 이상하게 생긴 희귀한 사람들이 아닐까 짐작할지도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2014년 03월 28일 09시 39분 KST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남의 나라에서 벌어졌던 비극인 이런 흑인 노예의 역사가 지금 우리에게 왜 중요한 것일까. 권력을 쥔 자들이 잘못 만든 제도로 인해 박해받을 수밖에 없는 힘없는 약자들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권력자와 다수의 약한 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받는 현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간과해도 우리, 혹은 나와 상관없을까?
2014년 03월 10일 15시 23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