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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04일 16시 52분 KST

'60일, 지정생존자', 원작 미국 드라마와 어떻게 달랐나?[리뷰]

많은 것이 다르고, 많은 것이 비슷하다.

tvN/NETFLIX

“대통령 연두교서때 각료 중 한 명은 비밀 장소에 격리된다. 정부를 상대로 한 테러 발생 시, 그 각료가 새 대통령이 된다. 그들은 지정생존자라 불린다.” -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 ‘60일, 지정생존자’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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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은 ’60일, 지정생존자’에 앞서 총 3편의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작을 선보였다. 그간 공개된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작은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60일, 지정생존자’는 1, 2회 모두 케이블, 종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원작인 ‘지정생존자’는 지정생존자로 지목된 승계서열 13위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이 연두교서 당일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대통령직에 오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정부는 물론 법원과 의회 수뇌부는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렸고, 국내외로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커크먼은 자신의 대통령직 승계를 정당화함과 동시에 테러범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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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는 지정생존자 제도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과 전제 자체가 다르다. 한국판 ‘지정생존자’는 승계서열 14위의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대통령에게 해고 통보를 받은 당일 국회의사당 폭발로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한국에는 의전 서열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연두교서나 지정생존자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대통령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법률이 정한 의전 순위에 따라  60일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인물이 결정된다. 애초에 ’60일, 지정생존자’라는 제목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원작 속 톰 커크먼과 한국판 속 박무진 모두 얼떨결에 대통령 권한을 갖게 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커크먼은 사전에 지정생존자로 지목된 반면, 박무진은 해고당해 국정 연설에 참석하지 않은 바람에 유일하게 생존한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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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커크먼 VS 박무진

커크먼과 박무진은 학자 출신으로 원칙을 굉장히 중요시하지만 성격은 180도 다르다. 톰 커크먼은 지독한 원칙주의자이면서도 결단을 내릴 때만큼은 단호하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때는 이유를 분명히 표명한다. 박무진은 카리스마 없는 원칙주의자로 그려진다. 그는 특히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럴 때마다 도움을 주는 것이 한국판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이다. 원작을 봤다면 박무진과 한주승 두 사람 모두에게서 톰 커크먼의 흔적을 조금씩 발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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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의 차이 

또 각자 주어진 힘의 차이가 있다. 원작 속 톰 커크먼은 전임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채우고 모든 권한을 받게 되는 반면, 박무진은 대선을 치르기 전까지 60일 동안만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주어지는 권한의 한계가 애매한 가운데 박무진이 장관을 임명하거나 군사적 대응을 명령할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국력차이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지정생존자’ 속 톰 커크먼은 자국에 위협이 되는 공격이라면 강경 대응에 나서지만, ’60일, 지정생존자′ 속 박무진은 일본과 미국의 간섭으로 인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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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캐릭터의 묘사 역시 크게 다르다. 원작 속 톰 커크먼의 오랜 보좌관 에이미 로즈(이탈리아 리치)는 때론 커크먼보다도 더욱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박무진의 보좌관인 정수정(최윤영)은 비교적 수동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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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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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이미 1, 2회가 방영된 지금, 한국판 ‘지정생존자’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리고 있다. 미국판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해 흥미롭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원작의 흥미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도 있다. 

비판 여론 중에는 ‘원작과 달리 늘어진다’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60일, 지정생존자’, 한국화에 성공할까?

원작의 1편과 달리 한국판은 아주 느린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미국판은 테러 사건을 중심에 두고 주요 캐릭터만 자세히 소개한다. 한국판은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뒷이야기를 한 회차에 몰아넣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진다. 한국판의 1화에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최소 한 번씩은 모습을 비추고 FTA 협상 과정 역시 굉장히 자세하게 그려진다. 원작의 첫 번째 시즌은 총 21화, 한국판은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1, 2편이 원작 1편에서 그려진 이야기를 아직 완전히 풀어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한국판의 전개 속도는 우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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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1회 마지막 장면,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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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2회 마지막 장면,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입니다."

현지화에는 성공했지만 전개 속도가 느리다는 평을 받고 있는 ’60일, 지정생존자′. 원작 팬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까? 박무진은 톰 커크먼처럼 곤경을 딛고 일어나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이는 매주 월, 화 오후 9시 30분 방송되는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원작인 ‘지정생존자’는 미국 ABC에서 방영되다 시즌 3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된 모든 회차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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