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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1일 07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10일 07시 46분 KST

한국, 소득불균형 속도 아시아서 5위

28개국 최근 20년 지니계수 분석

한국 연평균 0.9%씩 악화

소득 증가율 기업 늘고 가계 줄고

소득계층별 양극화도 심해져

분배구조 개선 소득격차 좁혀야

한국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가 최근 20년 동안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빠르게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중심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경제주체 간 불균형과 소득계층 간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구조적 불균형이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10일 한국은행이 인용 분석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아시아의 불균형 심화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를 보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권의 28개국 가운데 12개국의 지니계수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스리랑카에 이어 악화 속도가 5번째로 빨랐다.

지니계수는 한 나라의 소득분배의 불균등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다는 것을,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보고서는 이해하기 쉽도록 수치를 0∼100으로 환산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재직 중인 이창용 당시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3명이 저자로 참여해 작성한 것이다.

나라별로 보면, 중국의 지니계수 환산치가 32.4에서 43.4로 연평균 1.6%씩 상승해 소득분배 악화 속도가 가장 빨랐다. 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29.2→38.9)가 연평균 1.4%씩, 라오스(30.4→36.7)가 연평균 1.2%씩 상승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4.5에서 28.9로 연평균 0.9%씩 악화돼 스리랑카(1.1%)에 이어 악화 속도가 5번째로 빨랐다. 인도(0.7%)와 싱가포르(0.7%), 대만(0.5%) 등이 뒤를 이었다.

1990년대 이후 아시아 지역은 빠른 경제 발전으로 소득이 오르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시기였다. 1990~2010년 이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구매력 기준)은 1633달러에서 5133달러로 늘었고, 절대 빈곤층은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급속한 경제 성장기에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몇 개 나라에서 소득 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음을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소득격차 확대로 중산층이 감소하면서 비생산적 경제 활동과 소수의 이익 추구 행위 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주체별로는 기업과 가계 소득의 양극화가 깊어졌다. 국내 가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1990년대 12.7%에서 2000년대 6.1%로 낮아진 반면, 기업소득은 4.4%에서 25.2%로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가계와 기업 소득의 양극화 현상은 저축률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소비 여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소득 계층별 양극화도 깊어졌다.

2010년 이후 한국의 지니계수는 수치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0.288(가처분 소득 기준)을 기록한 데 이어 2011년 0.288, 2012년 0.285였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주대 최희갑 교수(경제학)는 “2010~2012년의 지니계수 하향 안정세는 노무현 정부 말기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자리를 잡아가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소득재분배 정책이 후퇴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지니계수 증가세가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수출 드라이브(위주) 정책으로 기업 생산성은 향상됐지만 불균형 성장 등 부작용도 컸다”며 “소비 여력을 키우고 내수를 살리려면 분배 구조를 개선해 소득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