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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14일 08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14일 12시 32분 KST

삼성, 백혈병 문제 사과(업데이트)

삼성, “‘제3의 중재기구’에서 보상안 마련”

심상정," 반올림과 직접 대화하라"

반올림, "일단 환영...교섭 재개해야"

삼성이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린 당사자와 가족에게 사과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14일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합당한 보상도 약속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달 9일 (심상정 의원의)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보상 방법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그 논의와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안에 참여해주신 가족, 반올림, 심상정 의원께서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재발 방지를 위해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 현황에 대한 진단을 실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조사를 벌여 이를 토대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지난 2012년 8월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반올림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대학생 등이 런던올림픽 스폰서를 맡고 있는 삼성을 향해 삼성반도체 등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 등이 발병한 노동자들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다음은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의 발언 전문이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의 가족과 반올림,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에서 4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해주신 것 관련하여 삼성전자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또한, 이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안해주신 바에 따라 어려움을 겪으신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습니다.

제안에 참여해주신 가족, 반올림, 심상정 의원께서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안전 보건 관리 현황 등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소송에서 저희가 보조참가 형식으로 일부 관여해왔는데, 이를 철회하겠습니다.

저희의 이번 제안 수용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바랍니다.

삼성은 이번 입장 발표가 지난 4월9일 있었던 심상정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제안에 대한 대답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9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은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이 즉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합당한 보상, 제3기관을 통한 사업장 안전진단 실시 등을 재차 요구한 것.

그러나 반올림 측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시 기자회견문에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게 논란이 됐다.

곧 ‘심상정 의원의 제안을 삼성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됐지만, 정작 반올림 측은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니라 삼성과의 ‘직접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

그러자 삼성은 ‘반올림의 입장이 혼란스럽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취했다. 언론들은 이걸 인용해 ‘삼성백혈병 사태 해결이 무산됐다’는 식의 보도를 내놨다. 이에 반올림 측은 17일 성명을 내 “삼성은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하라”고 반박한 바 있다.

반올림이 지난 4월17일 발표한 입장문.

심상정, “삼성이 반올림과 직접 대화하는 게 최선”

이날 삼성이 다시 ‘제3의 중재기구’를 언급한 데 대해, 심상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직접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제3의 중재기구’ 구성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저는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직접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습니다. 삼성전자가 사과와 함께 해결의지를 밝힌 만큼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성실히 협의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가 최종 매듭지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또 도와야 할 일이 있다면 성심껏 도울 것입니다. (5월14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반올림 측의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반올림 역시 삼성이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 활동가로 구성된 교섭단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반올림은 지난해부터 교섭을 벌여왔다. 반올림은 지난해 12월 본교섭에 앞서 ‘공식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물론, 보상 내역과 방법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반올림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요구안

그러나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은 반올림의 요구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협상도 중단된 상태였다. 삼성전자의 이번 입장 발표 역시 반올림의 요구안에 대한 답은 아니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황씨의 부친 황상기씨 등은 ‘반올림’을 결성해 지난 7년 동안 활동하면서 삼성의 사과와 보상 등을 요구해왔다.

지난 2월에는 황상기씨를 모델로 삼성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돼 사회적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3자 제안 이후 일부 혼선이 있었지만, 상당부분 정리된 것으로 믿는다"며 "오늘 발표는 4월 9일자 제안에 대한 수용이고, 앞으로 논의가 더 진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날 입장 발표가 문제 해결의 발판이 될 수 있을까.

(업데이트 : 삼성 입장 발표에 따른 반올림의 입장)

반올림은 14일 오후 공식 카페를 통해 삼성의 이날 사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5월 14일 삼성의 입장 발표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

1.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삼성의 이번 발표를 환영한다.

-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 점

-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삼성이 소홀했음을 인정한 점

- 직업병 피해자들과 정부 사이의 산재인정소송에 개입해왔던 것을 철회한다는 점

- 보상 뿐 아니라 재발방지대책도 수립하는 등 성심성의껏 해결해나가겠다고 한 점

2. 다만,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의 의견이 아님을 지난 4월 14일과 17일 두 번에 걸쳐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런데도 삼성은 반올림이 중재기구를 제안한 것처럼 또다시 주장하니 유감이다.

3. 그럼에도 우리는 삼성이 이번 발표를 첫걸음 삼아 더욱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 문제 해결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

4. 이에 우리는 다음을 제안한다.

- 지난 5개월 간 중단되어 있었던 반올림과 삼성의 교섭을 빠른 시일 안에 재개하라.

- 반올림을 교섭의 주체로 분명히 인정하고, 우리의 요구안에 성실히 답하라.

아래는 연합뉴스가 정리한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태 일지.

▲ 2005년 6월 = 삼성전자[005930] 기흥 반도체 공장 여성노동자 황유미씨, 급성 백혈병 진단

▲ 2007년 3월 = 황유미씨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

▲ 2007년 6월 = 황유미씨 부친 황상기씨,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신청

▲ 2007년 11월 =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 발족

▲ 2008년 4월 =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4명, 집단 산업재해 신청

▲ 2008년 5월 = 노동부,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발병과 화학물질 실태 조사

▲ 2009년 5월 =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협의회 개최 후 산업재해 불승인 처분

▲ 2009년 7월 = 백혈병 피해자, 산업재해 심사청구 제기

▲ 2010년 1월 = 황유미씨 유족 등 백혈병 피해자 5명, 서울행정법원 소송 제기

▲ 2010년 7월 = 삼성전자, 미국 인바이론사에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의뢰

▲ 2010년 11월 = 백혈병 행정소송 첫 공개변론

▲ 2011년 6월 = 백혈병 행정소송 1심 선고. 황유미씨 등 2명 산업재해 인정 판결

▲ 2011년 7월 = 인바이론사 "반도체-백혈병 무관" 결론

▲ 2011년 7월 = 근로복지공단, 백혈병 행정소송 항소

▲ 2011년 8월 = 삼성전자,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 제도' 마련

▲ 2012년 4월 = 근로복지공단,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 여성노동자 재생불량성 빈혈 산업재해 판정

▲ 2012년 9월 = 삼성전자, 피해자측에 법적 조정 제안

▲ 2012년 11월 = 삼성전자, DS부문 김종중 사장 명의로 대화제의

▲ 2012년 12월 = 근로복지공단,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여성노동자 유방암 산업재해 판정

▲ 2012년 12월 = 반올림, 김종중 사장 앞으로 대화수용 의사 밝히는 공문 발송

▲ 2013년 1월 = 반올림, 삼성전자에 공문서로 된 공식입장 촉구

▲ 2013년 1월 = 삼성전자, 반올림에 답변서 보냄

▲ 2013년 1월 = 반올림, 삼성전자 대화제의 공식 수용

▲ 2013년 10월 = 서울행정법원,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여성노동자 김경미씨 백혈병 사망 산업재해 인정 판결

▲ 2013년 11월 = 근로복지공단,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재생불량성 빈혈 산업재해 판정

▲ 2013년 12월 = 삼성전자-반올림, 첫 본협상

▲ 2014년 2월 = 황유미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

▲ 2014년 4월 = 심상정 정의당 의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피해자 및 유족의 구제를 위한 결의안' 발의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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