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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08일 08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14일 19시 46분 KST

상어, 멸종의 시대

아래 글은 토마스 페스차크(Thomas P. Peschak)의 책 '상어와 인간(Sharks and People)'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곳엔 상어의 낙원이 될 모든 요소가 있다. 적절한 해류, 충분한 먹이 공급, 그리고 외딴 장소.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에 얼마나 상어가 많이 서식했는지 상어 등을 밟고 바다를 건널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또 고래 만한 귀상어가 있나 하면 방대한 암초상어 무리 때문에 물 아래에서는 태양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 내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상어 무리의 흔들림이 아니라 암초 바다를 덮은 대형 걸그물이다. 공기 빠진 풍선을 상기시키는 모습이다. 자주색 쥐치가 날개 같은 지느러미를 펄럭거려 보지만 죽음의 그물을 혼자 빠져나기는 불가능하다. 이 장면을 몇 장의 사진에 담은 후 다이빙 칼로 그물을 잘라 쥐치를 풀어줬다. 산호초밭과 해저 계곡을 항해하는 한 시간 동안 끊임없는 조류에 밀려 열댓 개의 걸그물이 보였다 말았다 한다. 해저 풍경은 가히 경이롭다. 그러나 상어나 다른 대형 물고기의 흔적은 아무 데도 없다.

유령 같은 걸그물은 며칠 동안 나의 동행자 역할을 한다. 일주일이 다 지나서야 처음으로 상어를 목격한다. 내 팔뚝 길이도 안 되는 암초상어가 버려진 망에 걸려있다. 거친 바다를 겪은 닳고 닳은 그물이지만 아직도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가까이 가자 상어가 살아서 허덕이고 있는 게 보인다. 함께 다이빙을 간 과학자 친구가 능숙한 솜씨로 상어를 망에서 풀어준다. 그러나 이 작은 상어가 성년기를 채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여기저기에 떠다니는 또 하나의 걸그물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역사책이 기록하는 거대한 상어나 엄청난 상어 무리는 과거의 유물로만 남아있다. 이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따라서 종족의 풍부함은 예외가 되었고 오히려 이 포식자들의 멸종이 당연히 다가 온 하다.

고고학 또는 역사책을 통해 과거 상어 개체군에 대한 사례는 읽을 수 있지만, 상업적 어업 출범 이전 정확히 얼마나 많은 상어가 지구에 서식했는지 과학으로 헤아릴 수가 없다. 사실 현재의 상어 개체군 분석도 쉽지 않은데 과학적 집계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몇 마리의 상어가 존재하는지, 또 얼마나 빨리 이 종족이 멸종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과학자와 수산업계와 상어보호자들 간에 분분하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상어 무리가 위험한 속도로 멸종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반론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어 중에 인간의 불찰로 완전히 멸종된 종류는 아직 없지만 여러 종류가 원래 서식하던 지역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사실이다. 또 환경오염, 온난화, 서식지 파괴가 상어의 건강과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어류 남획이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엔 상어 간을 여러 가지 산업과 비타민A용으로 사용하면서 과잉채취 상태가 된 바 있다. 그 시기에 기록된 지역별 상어 낚시업의 갑작스러운 폐쇄는 노르웨이의 악상어, 북서 태평양의 참상어(상어지느러미용 상어), 몰디브의 여섯줄아가미상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돌묵상어를 비롯한 여러 종류 상어의 남획과 연관이 있다. 그런데 상어는 다른 어종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수에 대한 감시나 분석이 소홀했다. 20세기 말이 되면서 수산업은 상당히 진화했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 수익이 높은 대구나 참치 종류 수산물에 집중했다.

Photo gallery 토마스 페스차크의 '상어와 인간' See Gallery

사실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게 상어 개체수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자면 이제까지의 낚시 기록, 종족에 대한 생물학 자료 등을 보면 된다. 문제는 이런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래서 특정 상어 종류를 분석할 때 'bycatch' 자료에 의존한다. 즉, 같은 지역에서 같은 방법으로 낚시하는데도 예전보다 상어가 덜 잡히면 전체 상어 인구가 줄었다고 추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서태평양에서 연승 낚시와 대형 건착망 낚시를 한 참치잡이 어선들이 1996년에서 2009년 사이에 걷어 올린 장완흉상어의 평균 수는 90%나 줄었다. 또 북대서양의 악상어는 예전에 비해 개체수가 30%밖에 되지 않는다. 상업적 어업이 상어 개체수에 비슷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인증된 것이다. 또 상어의 크기와 무게 역시 작아졌다. 일부 열대 태평양 바다에 서식하는 청새리상어는 1950년쯤엔 평균 무게가 22kg였는데 1990년엔 22kg으로 줄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상어 전문 단체는 IUCN 위험 목록을 기준으로 하여 465종 상어에 대한 멸종위기 수준을 연구했다. 그 중 약 절반에 대해선 기본 생물학적 자료나 포획 상태에 대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보존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했다. 나머지 상어 중에는 2.4%인 11 종류가 멸종위기 상태고, 32%인 15종은 위기 상태, 10.3%인 48종은 위험 상태다. 14.4%에 달하는 67종은 준 위험 상태다. 다른 115종류의 상어는 생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주로 몸체가 작고 성장력이 빠른 두툽상어 같은 작은 어류와 산업적 어업의 피해를 안 본 지역에 서식하는 상어들이다.

IUCN 상어 전문 단체의 연구에 따르면 이동성이 높은 원양 상어 종류일수록 높은 위기에 처해있는데, 그 중에도 원양 장완흉상어, 진환도상어, 그리고 청상아리가 걱정스러운 상황에 있다고 한다. 많은 상어 종류 중에서도 특히 대형귀상어와 홍살귀상어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그럼 어떻게 낚시가 상어의 생존에 이토록 큰 영향을 끼쳤는가? 가장 큰 이유는 4억 년 동안 문제없이 잘 유지해 온 상어의 생존 전략이 현 세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상어 종류의 생활형태를 보면 정어리나 넙치 같은 생선보다는 해양 포유동물이나 인간과 더 공통점이 많다. 인구 회전율이 빠른 R-선택종 정어리와 달리 K-선택종인 상어는 번식률이 매우 낮다. 따라서 어류 남획에 취약하다는 것이다(역자 : 동굴 개체군의 생활형태는 R-선택종과 K-선택종로 나눈다. K-선택종은 어미가 자식을 돌봐주고 R-선택종은 어미가 자식을 돌봐주지 않는다). 한가지 예로 상어는 매우 느리게 성장한다. 일 년에 겨우 몇 cm밖에 못 큰다. 또 성숙기가 늦다. 어떤 때는 10살이 훨씬 넘어야 번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태상어는 20살이 넘어야 생식기가 온다. 잉태기간은 전체적으로 매우 길다. 일부 종류는 인간보다 더 오랜 임신기간을 갖고 있다. 또 물고기치고는 생산률이 매우 낮다. 잘해봤자 한 번에 열댓 마리의 새끼 상어를 낳는 게 전부다. 예로 배암상어는 평생 두 번 이상 잉태를 못 한다. 또 일부 종류는 2년 또는 3년 격차로만 잉태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니 상어 종자의 연약함은 어쩔 도리가 없고, 이런 여러가지 요소 때문에 상어는 특히 과잉 남획에 예민하다. 개체수가 한번 저하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출처: 토마스 페스차크의 '상어와 인간: 가장 무서운 바다 고기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성찰(Sharks and People: Exploring Our Relationship with the Most Feared Fish in the Sea)'. 시카고대학 출판. 2013년 토마스 페스차크 판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