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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12일 18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12일 19시 05분 KST

상어가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이유

Getty Images/Flickr RF

상어는 ‘헤엄치는 코’라고 불릴 정도로 후각이 예민하다. 백만배로 희석한 핏방울을, 그것도 아주 멀리서 감지한다. 어둡거나 탁한 바다에서 사냥하는 일이 많은 상어에게 시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해류를 타고 멀리서 전달되는 후각으로 먹이와 천적, 그리고 짝을 찾는다.

그런데 머지않아 상어의 코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것 같다. 기후변화로 바다가 시큼해지기 때문이다. 대니엘 딕슨 오스트레일리아 제임스쿡대학 해양생물학자 등 연구진은 금세기 중반과 말에 예상되는 산성도의 바닷물에서 상어가 후각기능을 제대로 유지하는지 실험했다. 실험 수조에 풀어놓은 별상어는 산성화한 바닷물에서 좋아하는 먹이인 오징어 냄새를 전혀 맡지 못했다. 과학저널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이 논문은 불길하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상어 종의 3분의 1이 남획 등으로 멸종위기에 놓였는데, 이제 바다 산성화라는 피할 곳 없는 위협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해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 30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세계기상기구의 보고서가 나왔다. 1990년과 견줘 지난해 온실가스가 내는 온난화 효과는 34%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온실가스 연보>가 처음으로 바다 산성화 항목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화석연료를 태워 나온 이산화탄소가 모두 대기로 가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의 4분의 1은 바다로, 다른 4분의 1은 숲과 흙 등 생태계가 흡수한다. 그런데 인류가 내놓은 이산화탄소를 묵묵히 처리해주던 바다와 토양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토양 속엔 대기보다 2배나 많은 탄소가 유기물 형태로 간직돼 있다. 특히 그 절반 이상이 극지방 동토에 들어 있는데 만일 온난화로 동토의 유기물이 분해돼 이산화탄소가 대량 방출되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우려돼왔다. 다행히 미생물이 토양의 탄소 방출을 억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북극의 ‘탄소 폭탄’은 가능성으로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가설이 맞는지 북극에서 아마존까지 세계 22곳의 토양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결론은 극지방으로 갈수록 온도 상승에 따라 토양 미생물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후모델이 방대한 토양 속 탄소를 과소평가했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바닷속과 땅속에까지 기후변화의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인류의 대응은 굼뜨기 짝이 없다.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탄소를 얼마나 방출하는지를 가리키는 탄소집약도가 지난해 세계적으로 평균 1.2% 줄었다. 2100년까지 유엔이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목표로 제시한 ‘2도 상승’을 달성하려면 해마다 6%를 줄여야 하는데 목표의 5분의 1에 그친 것이다. 저마다 사정을 내세워 할 일을 뒤로 미룬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완화하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을 연기하면서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부담은 다음 정권에 떠넘겼다.

기후정상회의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141개국 정상이 참가할 예정이다. 내년이 협상 시한인 새 기후체제 합의를 위한 정치적 동력을 얻기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마련한 자리다. 반 총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분명한 목표와 과감한 행동”을 주문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대기업에 휘둘리면서도 박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 대처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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