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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5일 16시 43분 KST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천안함 관련 온라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

아이디에 점수 부여하고 성향을 평가했다

2012년 총선·대선 당시 불법 정치 개입이 확인된 국군사이버사령부가 2011년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아 정부 비판적인 포털 아이디를 온라인 블랙리스트(블랙펜·레드펜)로 만들어 추적·관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개별 사건에 대해 식별 목록으로 체계화해 경찰과 공조하는 등 온라인상의 민간인 사찰 전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11사령부(군사이버사)의 ‘천안함 관련 Black Pen 현황’ 문건을 보면, 군사이버사는 천안함 사건 1주기 하루 전인 2011년 3월25일부터 4월5일까지 천안함 관련 기사 6건을 선별·분석해 ‘B1(북 찬양·옹호)’ 성향의 20명을 분류했다. 군사이버사는 이들의 목록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유관기관(경찰청)과도 협조했다. <한겨레21>이 보도한 ‘작전명 레드펜, 온라인 블랙리스트도 있었다’(제1198호)처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포털 사이트 등의 동향을 파악해 정부 비판 아이디를 관리하는 것 외에 ‘천안함’처럼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아이디를 솎아내 개별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한겨레21
‘천안함 관련 블랙펜 현황’ 문건에는 포털 아이디 분류 방법부터 추적·관리, 유관기관(경찰) 공조까지 온라인 블랙리스트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류우종 기자

 

아이디에 점수 부여하고 성향 평가

주목할 만한 것은 ‘블랙펜 식별 목록’이다. 군사이버사는 기사별로 수집된 아이디에 점수를 부여하고 성향(B1, 북 찬양·옹호 세력)을 평가해 식별 목록을 완성했다. 천안함 침몰 1주기 하루 전인 3월25일 보수 성향의 온라인 매체 <데일리안>의 ‘어뢰추진체에 붉은 멍게? 색깔 모양 전혀 달라’라는 기사에 댓글을 단 아이디 ‘키다리’의 경우, 코드 ‘ilhlUemwQS10’을 붙이고 점수는 3점, 댓글 수는 1613개, 성향은 B1으로 분류했다. ‘키다리’가 단 댓글은 북한 찬양이라기보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1번 어뢰의 진실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리비에 이어 동해산 멍게 발견’)를 링크하고 이를 설명하는 내용에 불과했다.

당시 군사이버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2011년 2월 연제욱 사령관이 부임한 뒤 댓글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온라인 블랙리스트 작업도 체계화됐다”며 “특히 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만큼이나 청와대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이슈였다. 당시 댓글로 여론전을 펴는 팀, 언론 보도와 여기에 달린 댓글을 분석하는 부서 등 관련 조직이 총동원됐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서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밀을 보관하는 이른바 ‘블랙북’에 담겨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대외전략비서관실, 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 등에 ‘사이버 일일동향’ ‘사이버 대응활동 보고서’ 등의 형태로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블랙리스트 분류의 구체적인 방법도 새롭게 확인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문건에서 확인된 각 아이디에 붙인 코드(숫자·영문 조합 12자리)는 해당 아이디를 암호화한 것”이라며 “이는 온라인 블랙리스트가 대량 확보되고 보안 단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고안한 것으로 안다. 이를 통해 경찰이나 기무사와의 공조도 더 수월해졌다”고 했다.

 

 

South_agency via Getty Images

 

6개 기사 총 20개 아이디 타깃

관계자의 증언으로만 존재했던 블랙리스트에 대한 사후 ‘추적’도 문서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추적의 구체적인 방법은 문건에도 언급돼 있지 않다. 하지만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군사이버사 관계자는 “B1으로 분류된 아이디가 뜨면 곧바로 대응에 나서 댓글을 달거나 직접 쪽지를 보내 토론을 유도하면서 당사자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열성 누리꾼의 피로도를 높이면 확실히 활동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문건에서 북한 찬양·옹호를 했다고 분류한 아이디와 댓글은 주로 △침몰 원인 의혹 제기(미 핵잠수함 충돌설, 1번 어뢰 속 동해산 멍게 발견 의혹 등)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 비판 등 두 가지다. 4월5일 ‘북, 천안함 사과 요구는 절대 수용 못해’라는 기사에 아이디 ‘daumcho’는 “내가 봐도 북한 짓은 아닌 것 같아. 미 핵잠수함 아니면 그 외 좌초야! 딴것 필요 없고 TOD 영상 공개해~ 자르지 말고 공개하면 딴지 안 건다. 중간 부분 자른 것 말고~ 모로지... 쥐새끼보다 뽀글이 말이 진실해 보~여. 차라리~ 좌파 빨갱이라고 하기 전에 증거를 내놔봐~ 매직 1번 지금 개그콘서트 하냐?”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B1(종북)으로 분류됐다. 일부 거친 표현을 제거하면 이 누리꾼의 주장이 유언비어만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야간 관측이 가능한 열영상관측장비인 TOD 영상 논란은 당시 보수매체에서도 비판할 만큼 진상 규명 과정에서 국방부가 편집본을 공개하며 의혹을 키운 대표적 사례였다. 좌초설이나 미군 잠수함 충돌설도 국방부의 초기 대응 미숙으로 의혹이 증폭됐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군이 나서서 이들을 적대시해 추적·관리한 것이다. 아이디 ‘김정수’처럼 “국뻥부의 말보다 북한 말이 더 설득력이 있지 왜?”라는 한마디를 달거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솔직히 북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북한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아이디 ‘idiotbox’)는 내용만 달아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렇게 언론 보도 6건에서 추출해 분류한 아이디는 총 20개다.

 

관련 자료 경찰에 넘겨 협조 정황도

“유관기관(경찰청) 협조”와 함께 “6건(B1 분류자 20명 자료 제공)”으로 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20명의 아이디와 관련 내용을 경찰에 넘겨 경찰청 보안국 쪽에서 재검토하고 수사에 활용토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경찰청 산하 댓글공작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당시 보안국에서 해당 아이디의 신원 파악, 아이피 추적 등 공조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비공식적으로 관리하고 공조했다는 면에서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2010년 이후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된 토론은 자취를 감췄다.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사찰을 통한 탄압은 성과를 거둔 것일까.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믿느냐’는 질문이 고위 공무원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에 쓰이는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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