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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31일 17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31일 17시 30분 KST

'음펨바 효과' 때문에 뜨거운 물이 빨리 언다? '도전 골든벨'의 실수

기존의 상식과 다른 결론의 과학이론이라 더욱 끌리기 쉽다

KBS 방송 캡처

지난 30일 KBS1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은 ‘왕중왕전’으로 치렀다. 2018년을 빛낸 영광의 100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그러나 이날 출제된 문제 중에 그 정답이 틀린 문제가 있어 문제가 됐다.

이날 패자부활전 문제는 ‘O/X’ 형식으로 진행됐다.

“35℃ 물과 5℃ 물을 같은 조건에서 얼리면 35℃ 물이 빨리 언다.”

이 문장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O’, 틀리면 ‘X’의 편에 가서 서면 된다. 학생들은 당황했다. 당연히 5℃ 물이 빨리 어는 것 아닌가?

그러나 도전 골든벨 측이 발표한 정답은 ‘O’였다. 설명은 이렇다.

″같은 냉각 조건에서 높은 온도의 물이 낮은 온도의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인 음펨바 효과 때문. 많은 에너지를 축적한 뜨거운 물이 냉각할 때 더 빠르게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이 빨리 언다.”

그런데, 정말일까?

KBS 방송 캡처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음펨바 효과는 발표 이후 약 50여년 동안 과학자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영역이다. 찬물이 얼지 않은 상태로 0℃ 이하로 떨어지는 과냉각 현상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고 뜨거운 물을 냉동고에 넣으면 증기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음펨바 효과’ 자체를 관찰하기 힘들다는 연구도 있다. 2016년 ‘네이처’ 출판사의 온라인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2016년 논문에서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의 교수인 헨리 C. 버리지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체역학 교수 폴 F. 린덴은 음펨바 효과에 대해 다룬 지금까지의 실험의 데이터를 종합해 비교하고 음펨바 효과가 일어나는 영역을 특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후 연구진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음펨바 효과라고 할만 한 어떠한 물리적 효과도 관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초 음펨바 효과를 주장한 데니스 오스본 교수의 연구가 매우 이례적임을 보여줬다. 이들은 아래 그림처럼 당시까지 발표된 여러 실험의 데이터를 토대로 각 온도에서 0℃에 이르는 시간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광범위한 영역에서 음펨바 효과를 관측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아래 그래프는 세로축은 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초 단위로 나타낸 것이고 가로축은 냉각을 시작할 때 온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개별 실험의 특정 구간에서는 이례적으로 음펨바 효과로 해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최초 온도의 영역을 넓히거나 다른 여러 실험의 결과와 모아 놓고 보면 온도가 높을수록 0℃에 도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경향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기울기로 연결 되는 빨간 삼각형은 최초 음펨바 효과를 발견한 탄자니아의 고등학생 에라스토 음펨바에게 직접 질문을 받아 연구에 착수한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1969년)의 실험이다. 

이들 연구진은 과거의 실험을 보면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어는 현상을 관찰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실험 조건이 달라서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음펨바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집에서 5℃와 35℃의 물을 두고 실험을 해보면 십중팔구는 5℃의 물이 빨리 언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백번에 한 번이라도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면 설명이 필요하고 이를 설명하는 가설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 분자의 수소결합 강도가 달라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설명이 그나마 최근에 나왔다. 차가운 물이 과냉각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언다’는 것의 의미를 제각각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아직 확실하게 입증된 이론은 없다.

다만 “35℃ 물과 5℃ 물을 같은 조건에서 얼리면 35℃ 물이 빨리 언다”는 문장이 틀렸다는 것만은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확실하다. “35℃ 물과 5℃ 물을 얼릴 때 35℃ 물이 빨리 어는 경우가 있다”고 해야 바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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