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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28일 16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29일 15시 25분 KST

[저출산특집_1편] 아이 낳기로 결심한 여성이 앞으로 7년 간 겪게 될 일 ①

저출산 대책의 열쇠는 임산부도 아이도 아닌 바로 여성이다

d3sign via Getty Images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84년의 일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즉, 합계출산율이 2명 이하라면 성인 두명이 자녀를 두명도 기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인구는 언젠가 0이 된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떨어지는 출산율을 위기로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은 90년대 중반까지도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일종의 산아제한 정책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인구가 너무 늘어 개개인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진단에서였다.

그리고 2017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52명을 기록했다. 아직 지난해의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2018년 합계 출산율은 최초로 0명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를 이룬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라든가 ‘젊은 애들이 돈이 없어서’라는 이야기는 한국의 저출산 경향을 반의반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결국 애를 키우는 부모, 특히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할 수 있다. 아래는 워킹맘,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여성, 싱글맘, 워킹대디 등 여러 명의 인터뷰를 종합한 내용이다. 이들의 신원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의 저출산 특집기사는 총 5회로 나누어 게재됩니다. 1편과 2편에서는 육아와 출산에 대한 부담이 거의 대부분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에서, 출산을 결심한 여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담았으며 3~5편에서는 국가의 저출산 대책, 특히 보육과 관련한 정책의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저출산특집_1편] 아이 낳기로 결심한 여성이 앞으로 7년간 겪게 될 일 ①

[저출산특집_2편] 아이 낳기로 결심한 여성이 앞으로 7년간 겪게 될 일 ②

[저출산특집_3편] 빨랐던 사회 변화, 늦었던 정부 대응, 구멍 난 보육 재정 ①

[저출산특집_4편] 빨랐던 사회 변화, 늦었던 정부 대응, 구멍 난 보육 재정 ②

[저출산특집_5편] 출산은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임신~출산 : 돈 없으면 낳지도 못한다

ㄱ씨는 비교적 일찍 아이를 낳았다. 20대 초반에 첫 출산한 그는 병원비부터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임신이 확인된 산모와 만1세 전까지 아이의 병원비를 지원하기 위해 바우처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ㄱ씨는 말한다.

“임신 중반이 되니 정부 지원금은 다 끝나더라고요. 병원을 수시로 들락날락해야 하고 받을 검사도 한두가지가 아니니까요. 조산기가 있거나 몸 생각한다고 철분 주사 맞는다고 하면 금세 없어지는 돈이죠”

 

 

ㄱ씨가 지원받은 돈은 50만원, 이 지원금은 2019년부터 10만원이 올랐다. 50만원이나 60만원이나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임신 10개월 간의 치료비를 다 제외하고 순수하게 분만에만 들어가는 돈이 3~40만원이다. 갓 낳은 아이에 들어가는 검사비용은 15만원. 제왕절개 수술을 한다면 비용은 더 든다. 대부분의 실비보험은 임신과 출산관련 항목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제왕절개가 의료보험 적용된 것도 비교적 최근인 2016년의 일이다.

정부가 보장하는 보조금 60만원은 보통 임신 중반에 끝난다. 형편이 조금 나은 경우에는 부담이 덜 되겠지만 수입이 적었던 ㄱ씨의 경우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들었던 병원비도 큰 부담이었다고 말한다.

취재에 응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아이 낳기 전에 들어가는 돈이 이미 1000만원을 넘어선다고 이야기한다. 병원비, 수술비, 산후조리원 비용이 산모에게 들어간다. 아이를 위한 유모차 구입비, 젖병 구입비, 피복비 등도 적은 돈이 아니다. 비교적 소득이 넉넉해 여유로웠던 사람의 경우도 “아이를 낳으려면 미리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ㄱ씨 같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에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진짜 돈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0세 ~ 1세 : 직장인에서 엄마로, 반강제의 전환

출산 한 엄마가 쓸 수 있는 휴가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두 종류다. 출산휴가는 최대 90일을 사용할 수 있다. 출산 전후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출산 후에 45일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이후부턴 육아휴직이다. 공무원(3년)이 아니라면 1년이 보장된다. 물론 회사에서 크게 눈치보지 않고 쓸 경우에만 가능하다. 공무원에게 보장되는 3년 중에서도 2년은 급여지원이 없다.

육아휴직은 법에서 보장하는, 반대로 말하면 회사가 의무적으로 직원에게 보장하는 제도다. 그러나 회사의 이 의무는 노동자의 ‘신청’에 의해 발생한다. 즉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유·무언의 압박을 통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회사에서는 쓰라고 방침을 정해도 휴직기간 동안 생기는 업무공백 때문에 동료들이 눈치를 준다. 그러다 보니 ‘안 쓰는 분위기’의 회사는 자연스럽게 안 쓰게 된다. 누가 나서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나서면 ‘찍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꼭 대놓고 압박을 하지 않아도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쓰기는 힘들다. 우선 연봉이 줄어든다. 고용보험에서 보장하는 육아휴직 급여는 첫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80%, 나머지 9개월은 통상임금의 50%다. 그러나 상한선이 있다. 첫 3개월은 최대 150만원, 최소 70만원이 지급된다. 이후 9개월은 상한 120만원, 하한 70만원이다. 2019년에 오른 결과다. 2017년까지만 해도 통상임금의 40%, 최대 100만원까지밖에 지급되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벌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갑자기 줄어든 임금은 생활에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을 포기하고 출근길에 오르는 부모들도 제법 있다.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각종의 장애물

남편의 폭행 때문에 이혼했던 ㅁ씨에게 육아는 남들보다 몇배 큰 고통이었다. 돈이 없어 육아휴직을 사용할 생각도 못 했다던 그는 “생활비도 모자란데 아이 어린이집에서 행사라도 한다고 하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었고 재취업한 뒤 연봉이 30% 이상 깎였다.

ㅁ씨는 “신용카드 대출이나 보험사 대출 이자는 너무 비싸다”며 “저소득층 부모에게는 학자금 대출처럼 저금리 대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맞벌이 부부에 비해 소득이 절반도 안되는 그에게는 한달에 양육비 이외에도 각종 생활비와 폭행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정신과 치료비용도 들어간다.

생활고를 겪지 않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직장생활의 미래를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ㄴ씨는 총 3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지만 모두 쓰려면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경우 육아휴직 첫해의 경우 인사평가 B를 받고 이듬해부터는 C를 받는다. 그는 “아이를 낳으면 사실상 승진은 포기해야 한다. 아이 하나만 낳아도 그 기간 벌어진 인사평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는데. 둘을 낳고 셋을 낳는다? 승진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ㄷ씨는 “육아휴가를 쓰는 사람에게 꼭 인사평가를 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는 “우리 회사의 경우 육아휴직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고과는 B”라고 비판하면서도 “육아휴직자에게 높은 고과를 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이미 육아휴직을 쓰면 업무 공백이 생긴다. 다른 직원들이 그 사람의 공백을 채우느라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야 하는데 인사평가는 상대평가다. 육아휴직자에게 높은 고과를 주면 다른 사람은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육아휴직자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했는데도 더 낮은 평가를 받으면 누가 수긍하겠나.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데다가 써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에서 육아에 대한 부담은 주로 엄마에게 지워진다. 그래서 직장이 있고 아이를 낳은 엄마는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만큼 사용하고 어느정도 승진 불이익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회사의 눈치 때문에 육아휴직을 최소한으로 쓰거나 아예 쓰지 않고 바로 회사에 복귀하든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든지. 물론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아이도 키우며 승진도 하는 슈퍼우먼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슈퍼우먼’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양육에만 들어가는 돈은 비교적 적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데만 돈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이를 낳은 가정에 1년간 월 2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한 아이의 부모는 “나라가 정말 금액 책정을 기가 막히게 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20만원이 정확히 분윳값, 기저귀값에 들어가는 돈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여러 계산 끝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여기서부터 진짜 ‘보육 전쟁’이 시작된다. 물론 육아휴직을 사용했던 엄마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전쟁에 합류하게 된다. 진짜 돈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1세~2세 : 엄마는 24시간 근무 중

맘카페에서는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지 말지를 결정하는 금액이 300만원이라고 한다. 지금 받는 월급이 300만원을 넘으면 회사를 계속 다니고, 그게 아니라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이득이라는 이야기다. 나이대를 고려한다면 저 300만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르는 금액이기도 하다.

이 300만원은 굉장히 현실적인 금액이다. 당장 육아휴직을 끝낸 엄마가 회사에 복귀하면 육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들어가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아이가 너무 어리면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힘들다. 아무리 관리가 잘 된다고 해도 각종 낯설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형편이 조금 나아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까지 베이비 시터를 고용할 경우 한달에 들어가는 돈이 최소 2~300이다. 이것만 해도 거의 어지간한 한 사람의 월급 수준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영아어린이집에 보낸다 해도 육아를 보조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출퇴근시간과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하원시키고 퇴근시간까지 잠깐 돌봐주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50부터 시작한다.

 

국가적, 사회적 보육지원은 ‘걸음마 수준’

국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가 있다. 만 3개월 이상부터 12세 이하의 아동을 대상으로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다. 비용은 파트타임의 경우 시간당 9650원, 풀타임일 경우 시간당 1만2550원으로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하지만 절차도 매우 복잡하고 경쟁률도 엄청 높다. 서울 강북구의 경우 10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돌봄교사는 70여명에 불과했다. 신청에서 배제되는 인원이 적지 않다. 거기에다 아이들 등하원 시간(오전 7~9시, 오후 3~5시)에 수요가 집중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당장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을 찾기도 쉽지 않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영아반을 운영하긴 하지만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영아반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꼭 운영시설의 부족 문제만은 아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역 거점에 몇 군데 설치되기 때문에 비교적 넓은 지역을 커버한다. 어린이집과 집이 먼 경우가 많다. 아이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았는데 먼 거리를 태워 다니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그래서 0세부터 2세까지 아동은 주로 가정집이나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주거지 근처의 가정어린이집에 맡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0세반 자리는 구하기는 쉽지 않다. 0세반은 보육교사 1인이 맡을 수 있는 아이가 너무 적기 때문에 운영을 기피하고, 운영 한다고 해도 그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남인순 의원이 2015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0세 아동의 보육을 맡을 수 있는 곳은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을 더해도 대기 비율이 182.0%(현원 9만9,332명ㆍ대기자 18만818명)였고, 서울은 이 비율이 666.7%(현원 1만4,305명ㆍ대기자 9만5,370명)나 됐다.

게다가 부모도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해서든 직접 보살피고 싶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시기는 보통 돌이 지나고 나서부터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중 직장을 그만둔 엄마들은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이야기한다. 직장에서의 자신의 미래는 포기했지만 적어도 숨은 쉬며 살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퇴근 후 새로운 과업을 시작해야 한다. 어린 아이는 언제 울고 언제 깰지 모른다. 사실상 5분대기조처럼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하루 24시간이 모두 일하는 시간이 된다.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금전적 여유만 있으면 사람을 써서라도 약간의 쉼을 찾고 싶다. 돈으로 억지로 ‘워라밸’을 맞추는 상황이다.

그래서 밖에서 적잖은 수입을 벌어도 남는 돈은 별로 없다.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아 돈을 아낀다고 해도 몸이 축난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그래서 회사에서 일하며 미래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때에만 버티며 일한다. 그게 아니라면 퇴사한다. 그 기준이 맘카페에서 이야기하는 ‘월 30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