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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30일 14시 18분 KST

조재범 폭행 형량 늘어난 데 심석희의 성폭행 피해 폭로가 결정적인 이유

합의 취소와 엄벌 타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뉴스1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등을 폭행한 혐의로 고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1.23.

1월 30일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가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선고에는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사실 폭로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만약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사실 폭로가 없었다면 조 전 코치는 이번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을 수도 있다.

그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 2018년 1월 16일 심 선수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20여일 앞둔 급박한 상황에서 조재범 씨의 폭행으로 충북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 이틀만에 복귀했다.

이 사건으로 빙상계 폭행에 이목이 쏠리고 작은 파문이 일었지만, 조 전 코치를 영구제명하는 선에서 일단 정리됐다. 올림픽이 코앞이었기 때문이다. 

복귀한 심 선수는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경기를 치렀고, 올림픽이 끝난 3월 26일에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빙상연맹 합동 특정감사에 나섰다. 

약 한달여간의 수사가 끝나고 5월 16일 문체부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국이 수사에 들어갔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상습 상해 혐의로 조 전 코치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기각됐다.

경찰의 공소장에 담긴 피해자는 심석희를 포함해 총 4명으로 조 씨는 기소 전 구속영장 청구 단계 때부터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힘 써왔으며, 일부 피해자와의 합의가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였다. 

당시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많은 지인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의자의 직업과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구속해야 할 사유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해자 가운데 1명과 합의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지난 9월 이후에도 조씨는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2명의 선수와도 추가로 합의했다.

공소장에 담긴 피해자 중 심 선수를 뺀 3명과 합의했다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초범인데다 다른 동료들로부터 탄원서까지 받아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씨가 지난 12월 17일 조씨의 항소심 첫 공판이 있던 날 추가 고소장을 접수하며 상황이 변했다. 

당시 KBS는 ”조 전 코치가 심석희에게까지 합의를 요구하자 심 씨가 추가 고소에 나섰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심 선수를 추가 폭로로 이끌었다. 지난 1월 9일 심 선수의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 폭행은 결국 성폭행을 위한 수단이었다”라며 ”심석희는 계속 고통을 받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밝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심 선수의 성폭행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합의를 했던 3명의 폭행 피해자 중 2명이 합의를 취소했다. 

당시 SBS의 기사를 보면 “당시 잘못을 뉘우쳤다고 했던 것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이고 가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입장을 완전히 바꿔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의 말을 들어보면 심석희 선수의 폭로와 합의 취소 그리고 엄벌 탄원이 큰 영향을 끼쳤다. 

“피해자 합의는 피고인의 진정한 반성을 전제로 자유로운 의사로 접수되어야 하는데 거절하기 어려운 체육회 지인들을 통해 집요하게 합의를 종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상당히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등 피해자들의 자유로운 의사보다는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이후 2명은 이런 취지로 합의를 취소했다.”


“피해자들이 엄벌 탄원을 호소하고 폭력을 아직도 선수 지도의 한 방식으로 삼고 있는 체육계 지도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폭력사태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에 비추어 원심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한겨레(1월 30일)

심 선수의 폭로 이후 검찰은 조재범의 폭행이 성폭행을 위한 수단이라고 보고 공소장을 변경하려 했다. 

YTN에 따르면 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코치가 같은 날 심 선수를 폭행하고 이어 성폭행했다면 공소장을 바꿔야 한다며 선고를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혐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일을 연장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성폭행 혐의는 검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별도로 기소할 전망이다. 

박세회 에디터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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