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2019년 02월 26일 16시 41분 KST

방시혁 대표가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밝힌 자신이 원하는 묘비명

그는 오늘의 자신을 만든 에너지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뉴스1

‘방탄소년단’(BTS)의 제작자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월 26일, 서울대학교 졸업식 연단에 섰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직접 부탁해 이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게 된 것이다. 방시혁 대표는 서울대 인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이날 축사에서 방대표는 오늘의 자신을 만든 에너지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은 바로 ‘분노‘였다고 말했다.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동안 ”악습들, 불공정 거래 관행, 그리고 사회적 저평가 등등”에 대해 분노해왔고, 그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우길 당부한다. 그래야 이 사회가 변화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저는 제 묘비에 ‘분노의 화신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감’이라고 적히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뉴스1

존경하는 오세정 총장님, 교수님,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졸업생 여러분들과 가족, 친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방시혁입니다.

오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졸업식장을 가득 메운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한들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가 될 게 뻔하고 삐딱하게 보려면 방탄소년단이 성공했다고 잘난 척 하는 걸로 비칠 수 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요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이 핫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랑도 좀 하고, 제 삶의 여정에서 여러분과 맞닿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학력고사 세대인 저는 법대를 가고 싶었지만, 뭔가 쿨 할 것처럼 보였던 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2001년부터 직업 프로듀서의 삶을 시작해 JYP에서 일하다, 독립해 지금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음악 프로듀서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아니고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도 아닙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어쨌든 저는 지금 꽤나 성공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4만석 규모의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매진시켰습니다. 불과 2주 전에는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초청받아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세우며 YouTube 시대의 비틀즈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인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역시 아직 공식 데뷔 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희 회사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혁신의 아이콘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커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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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축사에서 어떤 말씀을 드릴까 고민하면서, 오늘의 저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화(火)’ 즉 ‘분노’였습니다.

여러분 저는 화를 많이 내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빅히트가 있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분노하는 방시혁’이었습니다. 적당히 일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타협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습니다. 제가 태생적으로 그런 사람이기도 하지만,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감동을 느끼는 팬들과의 약속, 절대 배신할 수 없는 약속이었기에 그래왔습니다.

그렇게 음악 산업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에도, 제게는 분노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산업이 처한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저는 그것들에 분노하고 불행했습니다.

작곡가로 시작해 음악 산업에 종사한 지 18년째인데, 음악이 좋아서 이 업에 뛰어든 동료와 후배들은 여전히 현실에 좌절하고 힘들어합니다.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들, 불공정 거래 관행, 그리고 사회적 저평가 등등... 그로 인해 업계 종사자들은 어디 가서 음악 산업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길 부끄러워합니다. 단적으로, 여러분도 ‘게임 회사에는 가더라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는 가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 고객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K-POP이라는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세계화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팬들은 지금도 ‘빠순이’로 불립니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합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며 전세계 팬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는 우리 아티스트들은 근거 없는 익명의 비난에 절망합니다. 우리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는 부당하게 유통돼 부도덕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혁명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의 행복과 음악 산업의 불합리, 부조리에 대한 분노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꼰대들에게 지적할 거고, 어느 순간 제가 꼰대가 돼 있다면 제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엄하게 스스로를 꾸짖을 겁니다.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온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또록 화내고, 싸워서 제가 생각하는 상식이 구현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 산업이 상식이 통하는 동네가 되어 간다면, 한단계 한단계 변화가 체감될 때마다 저는 행복을 느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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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화신’인 제가 행복을 이야기하니 모순처럼 들리죠?

그러나, 저도 행복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는 행복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특히 우리의 고객인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 덧붙여, 산업적으로는,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 그래서 그 변화를 저와 우리 빅히트가 이뤄낼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종일 학업과 업무에 시달리던 고단한 몸을 따뜻한 샤워로 달래고 뽀송뽀송한 이불 속에 들어갈 때...행복하지 않나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복한 것들도 있지만 ‘행복한 상황’도 있을 겁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여러분 스스로가 어떨 때에 행복한지 먼저 정의를 내려보고 그러한 상황과 상태에 여러분을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겁니다.

누구에게는 취업 걱정, 노후 걱정 없는 공무원의 삶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포브스에 나오는 전 세계 몇 대 부자들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일 수 있습니다. 명예와 권세를 누려야 행복한 사람은 당연히 명예와 권세를 좇아야겠지요. 문제는, 자신이 정의한 것이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목표’와 ‘꿈’을 무작정 따르고, 그래서 결국은 좌절하고 불행하게 되는 경우가 아닐까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그것은 여러분의 리듬, 여러분의 스웩이 아닙니다.

사회에 나가면서 여러분이 깊은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 무엇이든, 앞으로의 여정에는 무수한 부조리와 몰상식이 존재할 겁니다. 이런 부조리와 몰상식이 행복을 좇는 여러분의 노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분노의 화신’ 방시혁처럼,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우길 당부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래야 이 사회가 변화합니다. 모든 것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달려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소소한 일상의 싸움꾼이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두서 없는 저의 축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대학이라는, 일생에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정을 잘 마무리하신 여러분 모두를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될 인생의 다음 단계들을 행복 속에 잘 살아내, 10년 후, 20년 후 ‘내가 제법 잘 살아왔구나’를 자평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제 묘비에 ‘분노의 화신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감’이라고 적히면 좋겠습니다.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저 또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갈 겁니다.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잘 찾아서, 여러분다운 멋진 인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2월26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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