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3월 22일 17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22일 18시 01분 KST

뉴질랜드 전역에서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무슬림 기도음'이 울려퍼졌다

테러 발생 1주일을 맞아 뉴질랜드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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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해글리 공원에서 열린 추모 기도회에 참석한 저신다 아던 총리. 2019년 3월2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두 곳에서 끔찍한 테러가 벌어져 50명이 사망한지 일주일이 지난 22일 오후, TV와 라디오를 통해 뉴질랜드 전역에는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아잔, Adhan)가 방송됐다.

뉴질랜드 여성들은 추모와 연대의 뜻을 담아 이날 하루 히잡을 쓰는 캠페인을 벌였고, 뉴질랜드 신문들은 일제히 추모의 메시지를 1면에 담았다. TV 뉴스를 진행하는 여성 앵커들도 히잡을 썼다.

정오 직후, 저신다 아던 총리는 지역 종교 지도자 및 수백 명의 신자들과 함께 크라이스트처치의 해글리 공원에 모였다. 꼭 1주일 전, 테러범은 이곳과 불과 몇 걸음 떨어져 있는 알 누르 모스크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검은색 히잡을 쓴 아던 총리는 기도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아랍어를 섞어가며 운을 뗐다.

″쌀랄라후 알라이히 와살람(그에게 평화가 있을지어다), 거룩한 예언자 모함메드는 ‘서로 간의 친절, 연민, 동정으로 신자들은 하나의 몸과도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몸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아프면, 몸 전체가 고통을 느낍니다.” 

“뉴질랜드는 여러분과 함께 애도합니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아던 총리가 말했다.

 

알 누르 모스크의 이맘인 가말 포우다는 기도 안내음이 끝난 뒤 테러리스트가 “사악한 이데올로기로 우리의 국가를 찢어놓으려 했다”고 말했다. 테러를 저지른 뒤 체포된 28세의 오스트레일리아 남성은 테러에 앞서 흔한 백인 우월주의 문구와 이데올로기를 담은 74페이지 분량의 ‘선언문’을 공개했다고 한다.

“우리는 뉴질랜드가 깨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우리가 세상에 사랑과 단합의 사례를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포우다가 말했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있고 함께 있다. 누구도 우리를 분열시킬 수 없도록 할 것이다.”

그는 이번 테러가 ”하루아침에 벌어진 게 아니라, 일부 정치 지도자들과 언론사 등의 반(反)무슬림 레토릭의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주의 사건은 테러리즘에는 피부색도, 인종도, 종교도 없다는 증거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포우다는 ”백인 우월주의와 극우 극단주의의 부상은 인류를 향한 세계적 위협이며, 이는 종식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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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공격을 당했던 알 누르 모스크의 이맘(이슬람 성직자) 가말 포우다가 이날 기도회를 이끌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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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희생자 추모 기도회 참석자들이 기도 시간 알림 소리 뒤에 이어진 2분 간의 침묵 시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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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기도 안내 소리는 하루에 5번 울린다. 이날 뉴질랜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안내 소리를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도 안내음이 울린 뒤에는 2분 동안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이날 뉴질랜드 여성들은 추모와 연대의 뜻을 담아 머리수건(히잡)을 쓰기도 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해시태그 #HeadscarfForHarmony(화합을 위한 머리수건)를 달아 각자의 사진들을 공유했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는 나이도, 종교도, 피부색도 중요하지 않았다.

 

뉴질랜드의 주요 신문들은 테러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이날 신문 1면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했고, 방송사들은 무슬림식 인사말과 ‘히잡’으로 추모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뉴질랜드는 이번 테러 후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아던은 이번 테러에 사용된 것과 같은 군용 반자동 무기를 금지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 법안은 쉽게 통과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뉴질랜드 야당도 지지하고 나섰다.

사건 후 아던 총리의 대처에 전 세계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 전역에서의 외국인 혐오를 종식시키려 나섰으며 종교의 자유를 지지했다. 슬퍼하는 무슬림 가족들을 만날 때는 존중의 의미로 히잡을 쓰기도 했다.

또 아던 총리는 테러범의 이름을 결코 입에 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테러리스트, 범죄자, 극단주의자다. 하지만 내가 말할 때 그는 이름이 없을 것이다.”

이맘 포우다는 이번 테러 이후 뉴질랜드 전체가 단합하는 모습을 통해 ‘이슬람의 아름다움’이 보여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학살의 피해자들을 기리는 것이 “희망의 씨에 물을 주었다”고도 말했다.

“여기 우리 수백, 수천 명이 모여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단합하고 있다.” 그가 말했다. ”증오는 사라질 것이며 사랑이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그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언어로 ‘사랑’을 뜻하는 단어로 추도사를 마무리지었다.

″아로하. 아로하. 아로하.”

 

* 허프포스트US의 New Zealand Broadcasts Muslim Call To Prayer Nationwide After Terrorist Attack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