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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10일 16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6월 10일 16시 20분 KST

핀란드 아이들은 여름이 되면 ‘특별한 점심’을 먹는다

핀란드 이모저모

 

 

1966년에 까이보뿌이쓰또(Kaivopusito, 헬싱키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 사진이다.

핀란드의 여름, 겨울 그리고 방학

핀란드는 한국과 달리 겨울 방학이 짧고, 날씨 좋은 여름에 방학이 길다. 낮은 짧고 밤이 긴 겨울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오랫동안 지속된다. 겨울의 아침은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기엔 여전히 한밤중처럼 어둡고, 해를 마주할 수 있는 맑은 날은 드물며, 그나마 늦게 뜬 해는 금세 져버린다. 어둑어둑한 풍경이 일상인 계절이 겨울이다.

이 기간 동안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게 되면 자유로움을 만끽하기보다는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겨울에는 할 일이 있는 것이 행복하다. 아니 그래야 불행함이나 우울함을 덜 느끼게 된다. 일을 하다 보면 언제 해가 떴는지 언제 해가 지는지를 의식하지 않고 지나칠 수 있다. 일에 집중하는 것이 시시때때로 마음을 삼키려 드는 긴 어둠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학교 겨울 방학은 상당히 짧고, 크리스마스 방학과 스키 방학으로 나눠져 있다.

길고 긴 겨울의 어둠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핀란드의 여름은 찬란하다. 날씨도 대체로 맑고, 과하게 더운 날(2018년은 여러 날 동안 낮 최고 기온이 30도 정도로 과하게 더웠다. 한국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핀란드에 13년간 살면서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었던 적이 내 기억으로는 작년이 두 번째였다)은 드물고 적당히 따스한 날이 보통이다. 낮은 길어서 야외 활동하기에 매우 좋다.

안타깝게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핀란드의 여름은 겨울에 비하면 정말 짧다. 여름의 혜택을 충분히 누려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충전을 하듯이 여름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긴 휴가를 즐긴다. 학교의 여름 방학은 보통 6월 초에 시작되어 8월 초까지 이어진다.

어른들은 하지 이후나 7월부터 크리스마스 휴가를 제외한 1년 휴가의 전부인 1달을 몰아서 쓰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가 원한다면 여름 내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지만, 하지부터 7월 말까지는 많은 어린이집들이 방학을 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7월 한 달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핀란드의 학교 (초, 중, 고) 방학은 크리스마스 방학 (2주), 스키 방학 (1주), 여름 방학 (10주), 가을 방학 (1주)이 있다. 겨울 방학 중의 하나인 스키 방학은 핀란드를 남부, 중부, 동부와 북부 지역별로 세 집단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1주일씩 돌아가며 방학을 한다.

일주일간 스키를 타기 위해 온 나라가 들썩이면 사회적 문제들 (교통, 부족한 스키장 시설, 스키 해외여행, 비용 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방학을 지역별로 다른 시기에 함으로써 같은 시기에 몰려서 야기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핀란드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로, 가을방학도 스키 방학과 같은 원리로 지역별로 방학시기가 다르다.

1950년대 사진, 헤르또니에미(Herttoniemi) 지역의 레읶끼뿌이쓰또에서 음식을 나눠주는 중이다.

여름 방학, 헬싱키 레이끼뿌이쓰또 점심

여름에 길게 휴가를 몰아 쓰는 부모들도 있지만, 일부 부모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방학 내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독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권장하는 핀란드는 방학 동안 때때로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방학 동안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기 유료 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 금전적인 또는 시간적인 문제로 이러한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아이들은 집이나 집 근처 자연에서 오롯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게임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때 가장 걸리는 문제는 바로 아이들의 점심이다. 아무리 집에 음식이 풍부해도 아이들이 매일매일 제시간에 부모 없이 점심을 챙겨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헬싱키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가까운 레이끼뿌이쓰또 (Leikkipuisto)로 오목한 그릇과 숟가락을 가지고 12시에 제공되는 점심을 먹으러 간다.

레이끼뿌이쓰또는 놀이와 공원의 합성어로 놀이공원보다는 놀이터를 일컫는 말이다. 헬싱키에서는 주로 레이끼뿌이쓰또가 야외 놀이터와 실내 시설을 갖춘, 시에서 운영하는 지역마다 위치한 아이들을 위한 공공문화센터를 의미한다. 레이끼뿌이쓰또의 야외 놀이터는 지역민을 위해 언제나 개방되어있지만, 실내 시설은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오전에는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며 오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로 활용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기능의 장소들을 지역민에게 제공하지만 다른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헬싱키의 2018년 레이끼뿌이쓰또 여름 점심 서비스는 6월 4일부터 8월 3일 (2019년은 6월 3일부터 8월 2일)까지 주중 낮 12시에 16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되었다. 단, 음식을 담을 그릇과 음식을 먹을 때 쓰는 숟가락이나 포크는 본인들이 가져와야 한다. 2018년 여름 동안 총 200,000인분의 음식이 61개의 레이끼뿌이쓰또에서 제공되었다. 하루에 약 2000kg의 음식으로 30개의 레이끼뿌이쓰또가 여름 내내 운영되었으며 나머지 레이끼뿌이쓰또들은 7월 동안 문을 닫았다.

점심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6월 달이 제일 바쁘다. 점심 메뉴는 야외에서 먹기 편한 음식으로 구성되며, 매년 고객들(점심 수혜자들을 고객이라 칭한다)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정된다. 예를 들어, 채식 메뉴 제공 빈도가 고객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증가하였고, 많은 요청에 의해 전통적인 핀란드 완두콩 수프가 메뉴에 포함되었다.

헬싱키의 레이끼뿌이쓰또 점심 서비스는 2019년 기준으로 77년의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42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헬싱키 대부분의 시민들은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때 레이끼뿌이쓰또는 아이들이 적어도 하루 한 끼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했다.

헬싱키의 레이끼뿌이쓰또의 무료 점심 서비스는 핀란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독특한 서비스이다. 헬싱키 레이끼뿌이쓰또는 1914년부터 존재해왔다. 헬싱키 옆에 위치한 위치한 광역도시인 Espoo(에쓰뿌우)는 2009년에 여름 점심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또 다른 도시, Vantaa(반따아)는 1986년부터 4년 간만 여름 점심 서비스를 제공했다. Vantaa는 2019년에 다시 무료 여름 점심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반타아의 시민 공원 두 곳에서 헬싱키의 레이끼뿌이쓰또처럼 아동들에게 점심을 제공할 예정이다.

레이끼뿌이쓰또에서 제공되는 따뜻한 점심 한끼

나의 시선으로 본 레이끼뿌이쓰또 여름 점심 서비스

2018년, 만으로 두 살 반 딸, 여섯 살 반 아들과 투닥거리며 함께 보낸 유난히 더웠던 길고 긴 여름 방학은 정말 힘이 들었다. 아침, 점심, 오후 간식까지 어린이집에서 먹고 오던 아이들에게 매 끼니와 간식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같이 외출까지 하느라 하루하루가 짧고도 길었다.

틈틈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글쓰기)을 하려고 애썼지만, 아이들이 잠든 밤 9시 이후에나 집중할 수 있어서, 나의 자아를 의도적으로 가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아빠도 함께 아이들을 돌보았지만, 느린 성격의 그에게 맞추지 못하는 내가 아무래도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중에는 되도록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과 점심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레이끼뿌이쓰또로 향했다.

큰 아이가 어릴 때는 입도 짧고 입맛도 까다로워 레이끼뿌이쓰또 점심 서비스가 무용지물이었는데, 5년 반 동안의 어린이집 생활이 아이의 입맛을 길들였는지, 아이는 레이끼뿌이쓰또 점심 메뉴 대부분을 좋아했다. 대체로 푹 익혀서 부드러운 음식, 주로 수프를 제공했는데, 질겅질겅 오래 씹히는 질감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최적인 듯했다.

작은 아이는 큰 아이만큼 제공되는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놀이터에서 노는 맛에 레이끼뿌이스또 가는 것을 즐겼다. 레이끼뿌이쓰또 여름 점심 서비스는 아이들에게만 음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어른들은 점심을 알아서 해결해야 하지만, 한 끼 영양가 있는 음식을 손쉽게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감사한 공공서비스이다.

2019년, 벌써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이 끝난 아들은 감기로 집에서만 머무느라, 아직 이번 주 월요일부터 시작된 레이끼뿌이쓰또 여름 점심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아들이 감기가 나아서 점심을 스스로 레이끼뿌이쓰또에서 해결하기를 기대해 본다.

* 북유럽연구소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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