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06월 17일 15시 23분 KST

김충환 전 한나라당 의원이 명성교회 세습반대 시위대에 낫을 휘둘렀다 (사진)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 1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다.

뉴스1

김충환(65) 전 한나라당 의원이 명성교회 세습반대 시위대에 낫을 휘둘러 경찰에 입건됐다. 김 전 의원은 민선 1~3기 강동구청장을 거쳐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명성교회 현직 장로다. 김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송파갑 당협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17일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평신도행동연대)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전 의원은 전날 오전 10시20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앞 도로에서 명성교회 목사직 ‘부자 세습’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던 평신도행동연대 관계자들에게 달려들어 약 2~3분 동안 낫을 휘두르다 현장에 있던 경찰에 의해 제압당했다.

이날 평신도행동연대는 ‘비자금’ 의혹을 받는 800억원대의 교회 돈을 관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정 장로의 5주기를 맞아 집회를 했다. 김 전 의원이 휘두른 낫에 현수막과 밧줄 연결부위가 끊어졌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제공
김충환 전 한나라당 의원이 16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앞 도로에서 세습반대 시위대에 낫을 휘두르다 경찰에 제압당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전 의원이 손에 들고 있었던 낫. 

당시 현수막을 걸고 있던 평신도행동연대 정상규 집사는 “2부 예배가 끝날 즈음 김 전 의원이 4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시위대 쪽으로 달려왔다. 우리를 향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며 “밧줄이 끊긴 뒤에도 계속 낫을 흔들어 죽이려고 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과 불과 1m 거리에 서 있었던 박제우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는 “김 전 의원이 낫을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는 바람에 경찰관 여러 명이 붙어 제압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방해 혐의를 적용할지, 현수막 손괴 혐의를 적용할지는 좀 더 수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경찰 수사에서 낫으로 현수막을 끊으려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수막에 교회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장로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나선 것”이라면서 “시위대인 줄은 몰랐고 현수막을 거는 일꾼들인 줄 알았다. 밧줄을 손으로 풀 수는 없을 것 같아 근처 가게에서 낫을 사서 바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의원은 “시위대에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현수막을 훼손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평신도행동연대는 이번 사건이 세습 재심 결과를 앞둔 명성교회 내부의 초조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명성교회는 2017년 11월 아버지인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소속 교단 헌법을 어겼다는 정당성 논란이 벌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창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직 청빙은 유효하다’던 애초 판결에 대한 재심 결과를 다음달 16일께 내놓을 전망이다.

박제우 이사는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낫을 들 정도라면 현재 명성교회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강경한지 알 수 있다”며 “자기들이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행동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만 명성교회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