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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18일 10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7월 18일 10시 13분 KST

나는 야당 국회의원이기 전에 한국 정치인이다

지금은 정부를 중심으로 정치권과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얼마 전 나는 일본의 전략물자 부정수출 자료를 입수해 폭로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전략물자 관리가 부실하다는 핑계를 댄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나의 폭로 이후 일본은 자신들의 수출규제와 우리의 전략물자 관리 부실은 연관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명분싸움에서 작은 승리를 거둔 셈이다.

본래 나는 지난주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비판하고 싶었다. 일본이 부당한 수출규제 방침을 발표하며 파상공세를 펼칠 때 우리 정부는 허둥지둥했고, 청와대와 정부 누구 하나 믿음직한 말 한마디가 없었다.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지 원망도 들었다.

그러나 야당 국회의원이기 전에 대한민국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선택이 필요했다. 일본의 공세는 시작됐다. 한-일 간 치열한 경제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양국 내부의 상황을 봤을 때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책과 무능을 비판하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국난 시기에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에 투철하고 위기 앞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신하는 진짜 보수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반일을 외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화난 국민감정에 동조하는 것도 부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보다는 일본의 부당한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일본을 진짜 아프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자료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본의 수출통제 명분을 반박하는 자료들을 일본 비정부기구와 경시청, <산케이신문>의 홈페이지에서 찾아냈다.

대일 경제전쟁의 최전선에 섰지만 나는 한-일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한국과 일본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양국관계 전반에 걸쳐 긴밀히 얽혀 있다. 경제는 국제분업체계 속에서 상호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일본은 한국의 수출 5위, 수입 3위 국가이고 한국은 일본의 수출 3위, 수입 4위 국가다. 2018년 일본 방문 한국인 관광객은 754만명이고 한국 방문 일본인 관광객은 292만명이다.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화되면 양국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우리는 일본보다 무역 비중이 훨씬 크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중 무역전쟁과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악재가 겹친 한국 경제는 정말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우리 국민, 특히 실업자와 저소득 근로자, 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이 보게 된다.

한-일 관계 파탄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큰 장애가 된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도 일본의 협력은 절실하다. 주변 강대국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의 외교적 고립도 더해진다. 경제와 안보 모든 측면에서 한-일 관계 파국은 막아야 한다. 정치적, 외교적 협상을 통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협상이 단기간에 끝날지 장기전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정부를 중심으로 정치권과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국익을 위한 협상에 힘이 실린다. 야당에 대한 친일 프레임 덧씌우기나 ‘죽창가’ 같은 반일선동은 사태만 악화시킨다. ‘의병’과 ‘국채보상운동’ 주장 역시 해법이 아니다. 지금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마침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 회동이 열린다. 여야를 초월하여 국익을 위해 똘똘 뭉쳐 지혜를 짜내기 바란다.

국제관계는 냉정하다. 결사항전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다. 한-일 관계의 파국을 막으면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를 철회시키는 ‘진짜 외교 실력’을 기대하며, 나 역시 필요한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한다.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