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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24일 15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8월 24일 15시 47분 KST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말하는 드라마 두 편

'60일, 지정생존자'와 '검법남녀'

'60일, 지정생존자'

정부의 차별금지법 입법을 만류하는 참모들에게 박무진(지진희) 대통령 권한대행이 묻는다. “차별금지법, 내용이 어떻게 됩니까?” 질문을 받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답한다. “인종, 학력, 연령, 장애,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성 정체성을 이유로 그 누구도 차별받거나 괴롭힘 당해선 안 된다.” 박무진이 되묻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평등권 아닌가요? 제가 뭘 더 고려해야 하는 겁니까?”

최근 종영한 <티브이엔>(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한 장면이다. 대통령 출마를 고려하던 박무진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입법하겠다는 생각으로 끝내 차기 정부로 입법을 이월하지만, 박무진이 차별금지법 입법을 검토하게 한 영화감독 노주영(서영화)은 실망한 듯 이렇게 말한다. “그땐 또, 그때의 이유가 생길 텐데요. (중략) 차별금지법은 특혜를 주는 법이 아니에요. 우리 같은 소수자들은 그 법이 있어야 비로소 보통사람이 되는 거죠. 이렇게 찾아와서 선심 쓰듯 말하지 마세요. 대행님은 오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박무진은 노주영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발표한 정책 비전을 보다가 문득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가 떠올랐다. 그가 발표한 범죄예방정책 중 두번째 항목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치료해 국민이 불시에 범죄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란 대목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에 비해 낮은 편이나, 재범률은 정신장애인이 비정신장애인에 비해 최대 20% 높다. 그렇기에 정신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부의 치료 지원은 분명 중요한 이슈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고형은 단순히 범죄 예방이나 처벌의 의미만이 아니라 수형을 통해 범죄자들의 교화와 재활 의지를 키워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려는 목적도 품고 있는 것이다. 정신장애를 안고 있는 전과자들의 재범률이 높다는 것은 국가가 그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의 비전에서 방점은 ‘불시에 범죄 피해를 보는 일’에 위협당하는 ‘국민’에 찍혀 있다. ‘국민’과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나누고, 후자를 국민에 대해 통제되지 않은 리스크라고 상정한 이 부분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는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검법남녀'

최근 종영한 <문화방송>(MBC) <검법남녀 시즌2>의 한 대목을 보자. 아파트 경비원으로부터 “거주자 중 조현병 환자가 있는데, 뭔가 수상한 행동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주민의 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와 시신이 눕혀져 있던 흔적을 발견한다. 검·경은 일단 해당 주민이 같이 살던 노모를 살해한 존속살해 용의자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우연히 다른 일로 용의자와 마주쳤던 형사에게 검찰 수사관 강동식(박준규)은 말한다. “너는 상태 보고도 몰랐니? 강력계 짬밥이 몇년인데 그걸 풀어줘?” 척 보기만 해도 풀어주면 안 되는 상태란 도대체 무엇일까? 정신장애를 지닌 사람이면 일단 범죄자라고 의심해야 하나? 피해자 시신과 식칼, 용의자의 지문을 발견하자 부장검사 갈대철(이도국)은 용의자 신상공개를 결정한다. 평검사들은 부검 소견을 기다린 뒤에 결정하자고 만류하지만 부장검사는 단호하다. “이 앞에 사람들 몰려와서 시위하던 거 못 봤어요? 요즘 여론이 좀 무섭습니까?”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백범(정재영)의 부검 결과는 수사팀 판단과는 달랐다. 결정적 사인이라 여겨졌던 찔리고 베인 상처들은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부패가스의 압력으로 수술 흉터가 터진 자국이거나, 부패가스가 차오르는 어머니의 시신에서 가스를 빼내기 위해 용의자가 낸 얕은 상처였다. 용의자는 어머니의 사망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매일매일 소주로 노모의 시신을 소독하고 가스가 차오르면 빼내는 나름의 병간호 행위를 한 것이다. 물론 이처럼 복잡한 사연을 예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극 중 검·경은 ‘조현병’을 ‘잠재적 강력범죄자’와 동의어로 여기고, 조현병에 대한 여론에 편승해 부검 소견도 나오기 전에 신상공개부터 한다. 용의자가 조현병 환자가 아니어도 그랬을까?

실제로 24화에서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해당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들은 조현병 환자를 향한 시청자들의 공포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신장애인 대안언론 <마인드포스트>의 박종언 편집국장은 ‘조현병을 왜곡한 엠비시(MBC) <검법남녀 시즌2>는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라’(2019년 7월4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검법남녀>는 조현병 당사자를 폭력의 화신으로 이미지를 조작했다. 노모를 살해했다는 추정, 그리고 그 훼손된 시신을 아파트 어느 곳에 묻었다는 설정, 이를 수사하는 경찰이 다른 팀원들에게 무전기로 ‘용의자는 조현병 환자에다가 폭력 성향이 있다’고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은 모두 조현병이 가지는 대중의 부정적 가치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박 편집국장의 말대로 조현병에 대한 대중의 이런 ‘부정적 가치’가 극 중 등장인물들이 지닌 편견에 불과했으며, 그 편견이 오히려 진실 파악에 방해 요소였다는 사실을 <검법남녀 시즌2>가 명확하게 해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해당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동안 드라마 관련 기사 댓글난에 달린 조현병 혐오성 글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시켜줬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이런 낙인효과가 오히려 참사를 부른다고 지적한다. 치료를 받으면 비장애인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함에도,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회적 낙인은 취업이나 친교 등의 일상적인 사회생활로부터 정신장애인들을 격리한다. 실제로 범죄 원인을 정신장애로 돌리는 내용의 보도가 나올 때마다, 재활과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 진행하던 정신장애인 체험활동이나 고용 지원 사업이 엎어지는 일들이 반복된다. 이런 결과를 두려워하는 환자 본인과 가족들은 정신장애를 숨기고, 그럴수록 증세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 사회적 낙인이 찍히게 되고,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그 사실을 숨기면 증세가 악화하는 상황이다.

 

조국 후보자가 두 드라마 봤으면

학계에 있었을 때 꾸준히 사회를 향해 진보적 메시지를 던지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주장했던 조국 후보자가 이와 같은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평소 그의 입장대로라면, 그의 정책 비전도 ‘정신장애를 지닌 전과자들의 재범을 막고 건강한 사회복귀를 돕는 시스템 구축’에 방점이 찍혔을 것이다.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치료해 국민이 불시에 범죄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는 문장은 장애를 이유로 정신장애인에게 낙인을 찍는 말이니까.

최근 조국 후보자와 그 가족이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후보자 본인이 “‘당시 제도가 그랬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말했으니, 후보자가 해명과 반성을 비롯해 필요한 실천을 성실히 해주길 희망한다.

하지만 “흠결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업무능력은 충분해 보이지 않는가”라는 세간의 말에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치료해 국민이 불시에 범죄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정책 비전을 발표한 조국 후보자의 입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말하던 ‘교수 조국’의 입장과는 다르지 않나?

지난 6월 정신장애인의 재범을 막겠다며 치료명령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개정 법안을 입법 예고한 박상기 장관의 법무부와, 조국 후보자가 만들어 갈 법무부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비전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 걸까? 나는 조국 후보자가 바쁜 짬을 쪼개 다시보기로 <검법남녀 시즌2>와 <60일, 지정생존자>를 봐주었으면 좋겠다. “인종, 학력, 연령이나 장애, 출신 지역이나 출신 국가, 성 정체성 등으로 그 누구도 차별받거나 괴롭힘 당해선 안 된다.” 후보자께서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지셨던 화두 아닌가요?

 

*이 칼럼은 한겨레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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