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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03일 16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9월 03일 17시 03분 KST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0.0%를 기록했다

‘공식적으로는’ 마이너스를 면했다.

2018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의 소비자물가 등락률. 2019년 3월 이후 전년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대에 머물다가 8월 들어 0%로 추락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0%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다.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상승률이다. 소숫점 세자리까지 따지면 -0.038%로 마이너스지만,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은 소숫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마이너스를 면한 셈이다.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인 0.0%라 하더라도 이전의 최저 상승률을 갱신하는 기록이다. 종전 최저치는  1999년 2월의 0.2%였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등락률을 보면 지난해 8월 1.4%를 기록한 이후 2%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1.3%로 급감했다. 하락세는 1월 0.8%, 2월엔 0.5%를 기록하며 2019년에도 이어졌다. 이후 0.5%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들어 0%로 주저앉았다. 

통계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0.0%를 기록한 것에 대해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 농축수산물의 가격하락 및 기저효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 등으로 전년동월비 0.0%로 8개월 연속 1% 미만의 상승률 유지

- 최근 국제유가 하락, 정부정책(유류세, 교육복지 등) 등의 영향으로 물가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

- 특히, 농산물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했고, ’18.8월 폭염 등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인 기저효과에 기인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전년 동월대비 7.3%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59% 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0.3%p), 집세(-0.02%p)도 소비자 물가 하락요인에 포함됐다. 상승요인은 개인서비스(0.59%p), 석유류외공업제품(0.22%p) 등이 있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협의회’를 개최하고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논의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저물가는 수요 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연말부터는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저물가 현상은 농산물·석유류 가격하락과 무상급식 등 정책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보도자료에서 소비자물가 등락률 0.0%의 원인으로 언급된 요인이었다.

그러나 뉴스1에 따르면 회의가 끝난 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올해 초 그와 같은 요인을 모두 고려하고서도 물가상승률을 1.6%대로 예측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수요측이 더 약해지고 활력이 저하된 상항은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거기(수요측이 약해진 상황)에 농산물 등의 요인이 뚜렷이 개선되다보니 농산물 가격안정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월간단위 충격이 상당히 커보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김 차관은 IMF가 제시한 3가지 디플레 요건(물가 하락, 실물경제 침체, 자산·금융불안)을 언급하며 물가는 하락했지만 나머지 두 요건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뉴스1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물가 하락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 양상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 차관은 ”주식과 부동산에서 상당한 버블이 있었고 (버블이 꺼지는) 급격한 변동성이 있었다”며 ”한국은 자산·주식·부동산의 과도한 버블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자산과 부동산에 큰 변동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1980년 후반 형성된 경제 거품이 붕괴되며 시작됐다. 한국은행이 설명하는 ‘잃어버린 20년’의 과정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1980년대 후반 거품기의 활황이 기초경제여건 개선에 따른 현상인 것으로 오판한 기업들은 앞다퉈 돈을 빌려 사업 확장에 나서 과잉 설비와 함께 과잉 부채에 직면했다. 과도한 부채를 해소할 필요성이 높아진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채무 상환에 집중하면서 설비투자가 줄어들었고 가계소비도 자산가격 하락으로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위축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부동산가격 하락 및 경기부진 지속으로 대규모 부실 대출을 떠안게 된 금융기관이 민간대출을 줄임에 따라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되면서 실물경제도 동반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1999년 들어서는 소비자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해 현재 소비를 미래로 미뤘고, 기업은 소비 위축으로 이윤이 줄어 투자 의욕을 잃게 되면서 물가가 다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한국은행, 2014년 10월23일)

한국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를 기록한 것에 대해 ”당분간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후 연말에는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내년 이후 상승률이 1%대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가깝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부진 상황에서 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 외에 소비자·수출·수입물가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수치로, 올해 2분기 -0.7%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뉴스1에 따르면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상승 등 비용요인이 증가하는데도 마이너스가 나오는건 수요가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유가하락과 채솟값 폭락에 따른 물가하락을) 고려하더라도 마이너스는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최저임금도 많이 올라서 임금이 상승하고 최근 환율도 올라서 수입물가가 올라갔을 텐데 이런 상태인 건 국내 수요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당장 디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는 건 조금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8~11월이면 물가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내년이 되면 기술적 효과로 마이너스 됐던 것이 사라지면서 반등하긴 할 것”이라면서도 ”(한은의 전망처럼) 물가상승률이 다시 2%대 찍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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