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9월 05일 20시 43분 KST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법 철회'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 주말에 열릴 시위와 집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공식 철회 결정에 홍콩 시민사회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말로 예정된 각종 집회와 시위가 향후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정국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람 행정장관은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송환법 철회 발표에 대해 “공식 철회는 시위대의 요구에 구체적이고 완전히 응한 것”이라며 “다음달 입법회가 열리면 송환법은 표결 절차 없이 철회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회 중인 입법회가 10월에나 열리는 탓에, “입법회 회기 시작 이전에 람 장관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송환법 철회 발표 직후부터 야권은 물론 친중파 일각에서까지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은 대응”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뿐 아니라 각계각층과의 대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를 통한 경찰 진압과정 조사와 함께 홍콩 사회가 직면한 뿌리 깊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 등 4가지 대책을 한꺼번에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람 장관은 이날도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폭력·과잉 진압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 구성 △체포된 시위대 불처벌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의 나머지 요구 사항에 대해선 ‘원칙’을 내세워 재차 거부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송환법 추진 과정에서 초래한 혼란에 대한 ‘사과’의 뜻조차 밝히지 않았다.

Kim Kyung Hoon / Reuters
A placard depicting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is seen on a wall as protesters attend a demonstration in support of the city-wide strike and to call for democratic reforms outside Central Government Complex in Hong Kong, China, August 5, 2019. REUTERS/Kim Kyung-Hoon

 

야권에선 송환법 철회 결정만으론 정국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살점이 썩어가고 있는데, 일회용 반창고 붙인 격”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클라우디아 모 입법의원은 <홍콩 프리프레스>에 “송환법 ‘철회’란 말이 나오기까지 석달이 걸렸고, 홍콩이 입은 상처에선 여전히 피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송환법 철회 이후에도 시위가 계속되면, 이를 빌미 삼아 대대적인 강경몰이에 나서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친중·친정부 진영에서도 송환법 폐기만으론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버나드 찬 행정회의(람 장관 자문기구) 의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람 장관이 경찰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 구성까지 받아들였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정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며, 어쩌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홍콩의 반송중 정국의 앞날은 다가오는 주말로 예정된 집회·시위의 규모와 양상을 통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7일엔 공항으로 통하는 대중교통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가 예고돼 있다. 8일엔 홍콩섬 센트럴 지역 에딘버러 광장에서 집회를 한 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까지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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