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9월 11일 17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4 시간 전

여자들이 남자들의 '금딸 운동'에 동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보다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볼 수 있다

Youtube/KasumiKriss
노팹

조금 불편한 얘기를 해보자. 우리가 모두 무슨 뜻인지 알지만 잘 쓰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금딸’이다. 남성의 자위를 뜻하는 단어 ‘딸딸이’에 삼간다는 의미의 ‘금(禁)’자를 붙여서 만든 단어다. 거의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금딸’이라는 단어는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막 써도 알아듣는 수준의 통용어다.

그런데 해외에도 금딸이 있다. 심지어 금딸을 권장하는 금딸 본부도 있다. 이 본부의 포럼에서 서로 의견도 교환하며 서로를 독려하기도 한다. 해외 금딸의 본거지는 ‘노팹‘(NoFap)이다. 말을 만든 방식도 비슷하다. 자위행위를 뜻하는 의성어에서 유래한 단어 ‘팹’(Fap)을 금지(No)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금딸에 뛰어든 이유는 흥미롭게도 ‘자기 계발’에 대한 욕망이다. 2003년 중국의 한 작은 연구에서 7일 동안 사정하지 않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했다는 결과를 낸 적이 있는데, 이 결과를 신봉한 사람들은 금딸이 자신들의 두뇌를 ‘재부팅’하는 과정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들의 로고는 ‘로켓‘이다. 금딸로 우주까지 날아갈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파악된다. 사이트에 가보면 로켓 로고도 있고 이 로고를 활용해 만든 기념품도 있다. 한국의 디시인사이드에 견줄 수 있는 게시판형 사이트 ‘레딧’에서 시작해 지금은 독립한 ‘노팹’의 현재 회원은 45만8000명에 달한다. 아래는 노팹의 로고와 사이트다.

nofap.com
노팹
NoFap.com
노팹 운동

테스토스테론에 주목하는 ‘노팹’은 그 태생부터 어쩔 수 없이 남성 위주로 흐른다. 포르노를 금하고, 서로의 금딸의 격려하는 와중에 음담패설과 여성 비하적인 언어들이 난무한다. 금딸로 더 매력 넘치는 남자가 되면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들이 떠돈다. 

최근의 흥미로운 현상은 이 노팹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지난 9일 ”노팹 사이트 회원의 5%가 여성”이라며 ”무엇이 여성들은 금딸의 세계로 이끌었나”라는 내용의 기사를 발행한 바 있다. 

이 기사는 26살의 유튜버 크리스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4만9000명의 구독자를 가진 크리스텔은 ”예전에는 여드름이 많이 났고,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노팹 이후 외모가 나아졌고, 생각하는 방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사람들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말을 듣는다”라고 말한다. 

노팹을 시작한 지 8개월 째인 크리스텔은 영상에서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보여주며 ”노팹이 당신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거나, 매력적들거나, 기분을 좋게 하는 건 아니다”라며 ”노팹은 높은 곳을 향하는 문을 열어줄 뿐이다”라고 밝혔다. 

Youtube/KasumiKriss
노팹

그러나 크리스텔을 비롯한 이 여성들이 노팹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는 포르노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텔은 ”사람들은 포르노를 통해 섹스를 배운다. 그리고 포르노의 섹스는 남성의 쾌락을 중점에 두고 만들어진다”라며 ”심지어 이성애자 여성인 나도 포르노를 볼 때면 여성을 성적으로 보게 되고 대상화 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여성의 ‘노팹’ 운동의 측면에는 ‘포르노로부터의 자유’ 혹은 ‘섹스 긍정’의 측면이 있다. 크리스텔은 가디언에 ”포르노를 보며 자위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포르노에 비교하지 않고 나니 예전보다 섹스가 훨씬 즐거워졌다”고 밝혔다. 섹스 중독 세라피스트인 스테이시 스프라우트는 가디언에 ”포르노그라피를 통해 주입되는 신체의 이미지에서 자신들의 신체를 분리하는 일종의 풀뿌리 운동”이라고 노팹을 정의했다.

긍정적인 측면만 볼 수는 없다. 가디언은 크리스텔이 남성중심적이고 비과학적인 노팹 운동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이들이 포르노로 가득 찬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고립감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정자 유지와 틀에 박힌 남성성을 강조하는 유사 과학과의 연관성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성적인 뉘앙스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참고로 당연한 얘기지만, 자위행위와 인지 능력이나 매력, 외모와의 부정적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