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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16일 15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9월 16일 15시 53분 KST

부산 온천냥이 프로젝트 "철거 지역에 남겨진 4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라!"

고양이 구조에 뛰어든 사람들

이창영/온천냥이 구조단 제공
온천냥이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목이 플라스틱에 끼어있다. 구조가 시급하지만, 잘 잡히지 않는다.

부산시 금정구와 동래구의 경계를 낀 재개발 지구 ‘온천 4구역’엔 현재 철거를 기다리는 집들만 남았다. 2018년부터 이주가 시작됐고, 올해 6~7월께 완료됐다. 이곳이 허물어지면 4043세대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고양이가 남았다. 이 구역의 길고양이와 혼란을 틈타 누군가 버리고 간 품종묘들이 사람이 없는 공터에서 번식을 시작했다. 개체 수가 400마리(추산)에 이르렀다. 그대로 두면 400마리는 모두 건물 잔해에 깔려 죽을 것이뻔했다. 부산시의 동물문화 네트워크(‘캣통‘)가 관공서를 움직여 조직화 하자 길고양이 보호단체(‘부산 길고양이 집사 모임‘, ‘함께 가자 부산 길고양이‘)와 예술가 단체(‘리-코더‘)가 돕기 시작했다. 민관이 협력해 고양이 구조가 시작됐다. 60여 명의 온천냥이 구조단원들이 포획용 틀과 드롭트랩을 설치해 밤을 지키고 있지만, 쉽지 않다. 지난 14일 EBS의 ‘고양이를 부탁해’의 ‘당신이 떠난 자리에 나는 아직 살고 있습니다’ 편에서 온천냥이 구조단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그러나 궁금한 게 많았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온천 4구역’에서 길고양이를 구조 중인 온천냥이 구조단의 현장팀장 이창영 씨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먹을 건 충분한 상황인가?

(이창영 팀장) = 현지와 단체 소속의 길고양이 보호인(‘캣맘’)들이 사료를 급식하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은 철거가 시작되어서 구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어렵다. 철거가 시작되면 고양이는 죽을 가능성이 무척 크다.

왜 그런가? 

고양이는 소리가 나면 자신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으로 숨는 습성이 있다. 철거 건물에서 붕괴가 시작되면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그 건물 안이나 근처의 낮은 곳으로 숨다 보니 압사당할 가능성이 크다.

고양이의 경계심 때문에 구조가 어렵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나기 시작한 게 1년 전이다. 일부 고양이들은 이미 사람이 익숙지 않다. 다른 지역의 고양이에 비해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경계가 심하다. 고양이 중 다수가 구내염을 앓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구내염은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데, 아프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사람을 더 피한다. 아픈 고양이일수록 구조가 시급한데, 아픈 고양이일수록 포획하기 힘든 상황이다.

EBS 방송 캡처
재개발 철거가 진행 중인 온천 4구역.

지금까지 얼마나 구조됐나?

= 80마리 정도를 구했다. 7월 14일에 온천냥이 구조단이 발대식을 가졌으니 2달 동안 60명의 단원이 수고한 결과가 이렇다. 그 사이 항체가 없는 아깽이들에게 치명적인 ‘범백’이 일부 지역에 한 번 돌았다. 그 지역에 있는 새끼고양이들은 거의 죽었다고 본다. 몇 마리가 살아남았는지는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된다.

다들 생업이 있지 않나?
=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주간에는 구조 활동을 잘 못한다. 평일에는 저녁 7시께부터 시작해서 대략 새벽 1시 정도까지 구조 작업을 한다. 구조된 고양이들이 있는 케어 센터를 담당하는 봉사자분들도 대략 4시부터 9시 정도까지 청소를 하거나 치료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이번 추석 연휴 때 3일을 바짝 해서 19마리를 구조했다.

언제까지 고양이를 구조할 수 있나?

건설사 측은 올해 연말까지 철거가 완성될 예정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2월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러나 길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철거를 미뤄달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가 있는 케어 센터도 동래구의회를 통해서 재개발조합에 허가를 받아 공가를 빌려 쓰는 중이다.

특히나 안타까운 아이들이 있는 거로 안다.

= 우리가 ‘플라스틱’이라고 부른 녀석이 있다. 원형 플라스틱에 목이 낀 냥이라 분명히 안쪽 목에 상처가 있을 것이다. 구내염까지 있어서 빨리 치료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이 경계가 심해서 잡히지를 않는다. 마음은 급한데 애들이 잡혀 주지를 않는다. 플라스틱이랑 같이 다니는 ‘대장이’도 마찬가지다. 이 구역의 골목대장이라 붙여진 이름인데, 이 대장이도 구내염에 걸려서 경계가 심하다. 하도 잡으러 다녀서 낯이 익었는지 2~3m 안으로는 거리를 허락하는데, 잡히지를 않는다.

이창영/온천냥이 구조단 제공
왼쪽이 플라스틱 오른쪽이 대장이다. 대장이는 특히 신체 능력이 좋고 경계가 뛰어나 잡기가 어렵다.

방법이 없나?

= 그물망 등으로 포획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기성품으로 나오는 포획용 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직접 만든 드롭트랩을 쓰고 있다.

뭐가 필요한가?

= 가장 필요한 건 인력이다. 빠른 사람. 험한 곳도 잘 다닐 수 있는 사람, 말이 없고 묵묵한 사람이 필요하다. 고양이는 청각에 무척 예민해서 작업할 때는 휴대전화도 무음으로 돌려놓는다. 구호 물품도 필요하다. 고양이 사료나 모래(분뇨 처리용) 등의 물품, 케이지 등이 모자라다. 약은 병원에서 처방받아와야 하니 후원금도 필요하다.

입양 외에 구조한 고양이들을 위한 계획은 있나?

= 일단 구조한 녀석들을 다 치료하고, 손 탄 아이들이나 어미 없는 아깽이들의 입양을 우선 추진 중이다. 어미와 같이 있는 아깽이 가족, 사람에 익숙하지 않은 길고양이들은 방사를 계획 중이다. 문제는 다친 아이들이다. 다친 애들은 입양이 절실하다. 길거리로 돌아가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쳤기 때문에 입양이 힘들기도 하다. 가장 입양이 필요한데, 입양이 잘되지 않는다. 입양되지 않는 아이들은 방사할 예정이다.

방사 지역을 정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 방사 지역은 알아보고 있는데, 민감한 부분이라 잘못하면 법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고양이를 방사한 지역의 주민들이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람도 문제지만 고양이도 문제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대부분의 지역에는 그 지역을 기반으로 삶을 꾸리는 길고양이 사회가 형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잘못해서 다른 고양이들을 방사하면 영역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숲에도 방사할 수가 없다. 너구리나 족제비 등의 포식 동물이 많아서 도시 냥이들은 사냥감이 되기 쉽다. 도시 고양이는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

그럼 해결책이 없나?

= 동네에서 투표해서 한 마을이 나서주면 가장 고마운 상황이다. 사람이 고양이를 받아들여도 조심스럽게 방사를 해야 한다. 그 지역 고양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길고양이 보호인(‘캣맘’)의 동의를 구해서 계류장을 설치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고양이 커뮤니티가 새로 온 고양이에게 우호적인지를 보는 방법이다. 계류장에 방사할 고양이들을 두고 지역 고양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지를 지켜본 후 방사한다.

EBS의 ‘고양이를 부탁해 : 당신이 떠난 자리에 나는 아직 살고 있습니다’ 편이 방송된 후에 상황은 나아졌나?

= 방송 나가고 난 후에 봉사하러 온다는 분들도 꽤 있고 후원금도 방송 전보다는 많아졌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온천냥이 구조단’의 공식 카페 주소로 오면 도움을 줄 방법이 있다.

이창영/온천냥이 구조단 제공
온천냥이 구조단과 구조단을 찾은 김명철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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