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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08일 14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0월 08일 15시 30분 KST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윤씨의 최근 심경이 알려졌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한다."

KBS 보도화면 캡처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 9건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윤씨가 갑작스러운 관심을 받고 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했다. 13세 A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 경찰은 윤씨가 다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방해 저지른 범죄라고 판단해 윤씨를 구속했다. 윤씨의 자백(이후 윤씨는 강압수사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과 당시 경찰이 첨단수사기법이라며 내세운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에 따른 감정결과가 결정적인 근거였다. 재판부도 ”방사성동위원소의 함량이 12개 중 10개가 편차 40% 이내에서 범인과 일치한다”며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경찰은 윤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고, 세상은 경찰의 발표를 믿었다. 사건 발생 후 30년이 지나 이춘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됐을 때, 윤씨의 나이는 스물두살이었다. 윤씨는 약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 그가 가석방된 지도 10년이 지났다. 윤씨는 이후 청주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기간 동안 생활고에 시달려 국민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도 했다. 뉴시스는 윤씨가 언론의 취재 요청에 대해 ”인터뷰 할 생각 없다”며 ”당장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윤씨는 어떤 심경일까.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씨를 담당했던 교도관 B씨는 ”(윤씨가) 지방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왔는데 아직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B씨는 지난달 19일, 윤씨가 전화를 해 ‘형님 뉴스 보셨어요‘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건 9월 18일. 윤씨는 보도를 보자마자 B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26년째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B씨는 청주교도소에서 윤씨와 약 10년간 윤씨와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윤씨가 2009년 가석방으로 출소할 당시 B씨에게 ”‘저는 갈 곳이 없다. 취업만 시켜주신다면 제가 절대로 이곳 교도소에 다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거다’고 부탁했다”며 ”내가 숙소와 일할 곳을 알선해줬고 그 인연으로 현재까지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재심 준비도 법적인 문제는 내가 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가 교도소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묻자 B씨는 ”대단한 친구다”라고 말했다. ”아는 게 없으니까 봉제 기술을 배웠는데 12시간씩 교대 근무하고도 불만 한 마디 없었다”며 ”얘가 누나들 수술비랑 조카들 학자금도 대줬다. 애가 성실하고 착하니까 교도소 내의 다른 재소자들도 윤씨에게 먹을 거 사주고 많이 도와줬다. 그러니까 모범수로 분류돼서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될 수 있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B씨는 윤씨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내가 최근에 ‘야 너 19년 6개월 동안 수감됐었으니까 무죄 인정받으면 형사보상금 두둑히 받을 거야’ 위로했더니 윤씨가 ‘형님, 저는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거지 돈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윤씨가) 조용히 변호사를 구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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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와 관련한 쟁점은 현재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윤씨가 강압수사를 당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인정했는지 여부다. 둘째는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법이라는 수사 방식의 신뢰도가 용의자를 특정하는 수단으로 적합한지 여부다. 윤씨가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면, 이 두 가지 쟁점에 대해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8차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은 여기에 더해 ”이춘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춘재의 8차 사건 자백이) 터무니없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보통 연쇄 살인범들. 특히 사이코패스들이 자신의 범행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영웅 심리 때문에 남이 했던 거. 예를 들자면 유영철 같은 경우에 정남규가 했던 것도 내가 했다고 해서, 사실은 처음에 자기가 한 것 말고도 또는 실제 사건이 아닌 것도 더 많이 죽인 것처럼 막 이렇게 간혹 얘기하는 경우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보통 그런 허세를 부리는 필요를 느끼는 것은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라며 ”그런데 지금 이 사건 같은 경우에 시효가 다 끝난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춘재 입장에서 보면 수사를 받을 게 아니라는 걸 너무 뻔히 잘 알고 있다. 수사선상에 혼선을 준다거나 경찰을 골탕 먹이겠다라는 생각을 가질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자백을 한 이유에 대해 ”프로 파일러와의 신뢰 관계. 예컨대 ‘이제는 털고 가자’라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이제 본인도 인생의 말년을 앞에 두고 더 이상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을 지기 싫다”는 심경의 변화가 수사에 협조하려는 자발적 태도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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