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0월 22일 15시 02분 KST

"11명 사망" 칠레 시위가 최악의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지도층은 시민들의 분노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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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nti-government protester adds an object to burning chairs and benches amid a march by students and union members in Santiago, Chile, Monday, Oct. 21, 2019. Protesters defied an emergency decree and confronted police in Chile’s capital on Monday, continuing disturbances that have left at least 11 dead and led the president to say the country is “at war.” (AP Photo/Miguel Arenas)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영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사막 기후부터 한랭 기후까지 다 가진 나라, 중저가 와인의 세계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 칠레가 불평등에 항거하는 시민들의 격렬한 폭력 시위로 지난 30년 사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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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asked protester walks near a burning barricade during clashes with police in Santiago, Chile, Monday, Oct. 21, 2019. Hundreds of protesters are defying an emergency decree to confront police in Chile's capital, continuing disturbances that have left at least 11 dead and led the president to say the country is "at war." (AP Photo/Luis Hidalgo)

가디언 등 외신은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시위와 폭력 사태로 사망자 수가 11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약탈과 방화가 도처에서 벌어지면서 칠레 정부는 산티아고에 국한됐던 국가 비상사태령을 수도 바깥까지 확대했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존경하지 않는 타협 불가능한 적과 싸우고 있다.” 지난 20일 연설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한 말이다. 지난 18일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발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조직화 된 이번 시위는 젊은이들이 주축 세력이다. 피녜라 대통령의 발언은 이들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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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olice officer fires rubber pellets at protesters as a state of emergency remains in effect in Santiago, Chile, Sunday, Oct. 20, 2019. Protests in the country have spilled over into a new day, even after President Sebastian Pinera cancelled the subway fare hike that prompted massive and violent demonstrations. (AP Photo/Luis Hidalgo)

버스와 지하철이 불타는 방화가 있었으며 이후 상점을 약탈하거나 의류 공장이 불타는 등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20일에는 의류 공장이 불에 타 3명이 사망하는가 하면 2개의 슈퍼마켓에서 방화가 일어나 3명이 사망했다.

칠레 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만여 명의 병력이 시위 진압에 투입되었으며, 최소 40건의 약탈이 벌어졌고, 1554명이 체포됐다.

Marcelo Hernandez via Getty Images
SANTIAGO, CHILE - OCTOBER 21: Demonstrators shouts slogans and display banners during a protest against Presidente Sebastian Piñera on October 21, 2019 in Santiago, Chile. President Sebastian Piñera suspended the 3.5% subway fare hike and declared the state of emergency for the first time since the return of democracy in 1990. Protests had begun on Friday and developed into looting and arson, generating chaos in Santiago, Valparaiso and a dozen other cities resulting in at least 8 dead. (Photo by Marcelo Hernandez/Getty Images)

이번 시위는 이달 초 칠레 정부는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됐다. 칠레 정부는 지하철 요금을 800페소에서 830페소로 인상했다. 지난 1월에도 20페소를 인상했으니, 불과 9개월 만에 780페소(약 1290원)에서 830페소(약 1370원)로 6.4%가량 오른 셈이다.

요금 인상에 반대하며 시위가 소셜 미디어에서 조직화되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하철역에 불을 지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폭력 시위 첫날인 18일에만 십수 개의 지하철역이 불에 타 3억 달러(약 3512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그러나 이 ‘폭동’에 가까운 시위의 기저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하지만 빈부 격차 역시 가장 심한 국가 칠레의 고질적인 사회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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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는 칠레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 

시위가 벌어지기 불과 한 주 전 피녜라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칠레가 라틴 아메리카의 ‘오아시스’라고 자평했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멕시코,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 등의 인접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정치적인 갈등의 불씨를 칠레는 잘 대처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억만장자 출신인 우파 대통령이 그동안 칠레의 서민들 사이에 쌓여가는 불평등에 대한 분노에 얼마나 무감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