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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2일 14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1월 12일 14시 54분 KST

부산 산부인과 '신생아 학대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병원 측은 CCTV 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학대사실을 인정했다.

KBS 보도화면 캡처

지난 달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가 태어난 지 5일 만에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 측은 ‘신생아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간호사가 신생아의 발을 잡고 거꾸로 들어올리는 CCTV 영상이 공개되자 뒤늦게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산부인과는 단순한 ‘의료사고’를 넘어선 충격적인 학대를 저질러 놓고도 이를 은폐하고 아기를 대형병원으로 이송한 구급차에 책임을 전가한 셈이다. 사건의 발생부터 산부인과가 잘못을 시인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다급하게 ‘아기의 상태를 살피는 의료진들’ 영상만 공개되다

사건은 10월24일 KBS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병원 측은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병원 측이 공개한 CCTV에서도 ‘사고 직후’의 장면들만 담겨 있었다. 영상 속에서 의료진들이 다급하게 아기의 상태를 살핀다. 병원 측은 이때 아기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큰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주장했다. 대형병원 진단 결과 아기는 두개골 부분에 골절과 외상성 뇌 출혈 진단을 받았다. 가만히 누워있던 아기의 머리에 큰 충격이 가해진 것이다. 

아기는 10월 15일에 태어났다. 태어났을 당시에도, 그리고 닷새 후인 20일 오후까지도 아기에겐 특이사항이 없었다.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 건 20일 오후 10시 이후였다. 아기의 어머니가 아기를 마지막으로 본 시간은 오후 6시40분. 문제는 오후 6시40분을 전후로 2시간 가량의 신생아실 CCTV 녹화 영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신생아 부모는 낙상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병원 측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KBS보도화면 캡처

병원 측은 왜 사고시점에 CCTV 영상이 없냐는 지적에 ‘CCTV 영상이 비어 있는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 ‘신생아실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때 병원 측이 내놓은 답변이 가관이다. 병원 관계자는 KBS에 ”환자 이송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이송 중에 차가 굉장히 많이 흔들렸더라고요”라며 ”여기서 혹시 개연성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구급차’를 두개골 골절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아기의 아버지가 ‘사라진 CCTV 영상’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다

사건이 보도된 다음날인 10월 24일, 신생아의 아버지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정황상 산부인과 측의 의료사고와 이를 감추려는 의도가 있어 경찰에 고소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련자를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사라진 CCTV 영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 대학병원측으로부터 두개골 골절 진단을 듣자마자 산부인과에 아기의 출생이후부터의 모든 진료기록과 신생아실 CCTV영상을 요청하였습니다. 오전 10시 30분경 요청한 진료기록은 12시경에야 받을 수 있었고, CCTV영상은 외부업체를 통하여 따로 백업을 받아야 해서 최대한 빨리 백업해서 주겠다고 하였으나, 오후 4시 30분경 독촉하니 30분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 하였습니다.

CCTV영상을 받고 보니 10기가바이트 정도의 영상자료를 백업받는데 소요 된 시간이 너무나 이해되지 않고, 동작감지 센서로 작동하는 CCTV 영상이 20초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가장 의심되는 20일의 영상을 확인해보니 약 두시간 가량 영상자료가 없었고 곧바로 아기에게 응급 처치를 하는 모습으로 넘어가있었습니다.

 

 간호사가 아기를 침대에 내동댕이치는 영상이 공개되다

병원이 은폐했던 CCTV의 영상 일부가 공개된 건 11월 6일이었다. MBC ‘실화탐험대’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간호사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아기를 높게 들어올린 상태에서 침대로 내동치는가 하면, 물건을 옮기듯 한손으로 아기의 발을 들어올리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사라진 기록을 확인한 결과 학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정황이 드러났다. 수건으로 아기를 툭 치는 장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부산 동래경찰서는 아동학대 혐의로 해당 병원 소속 간호사를 지난 11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해당 병원장에게도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병원은 현재 폐업을 공지한 상태다. 

 

CCTV 영상 공개되자 학대사실 시인한 병원

태어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아기를 왜 그렇게 함부러 다룬 걸까.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된 간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피곤해 무의식적으로 아기를 던졌던 것 같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도 간호사의 학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의 현재 입장에 대해 “CCTV 상으로 자료가 나오니까 본인들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평소 자기 몸도 피곤하고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학대 정황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학대와 골절 사고가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