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1월 13일 19시 06분 KST

남성이 지배하는 스시의 세계에서 모든 셰프가 '여성'인 식당을 찾아갔다

"스시 셰프가 되길 바라는 여성들을 위해 내가 강하게 버텨야 한다고 느낀다" - 유키 치즈이 셰프

KAZUHIRO SEKINE
유키 치즈이 셰프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쿄의 아키하바라. 밤이 찾아오자 ‘나데시코 스시’(Nadeshiko Sushi)라 적힌 우아한 간판에 불이 켜진다. 2층에 있는 식당에 손님들이 들어오면 여성 직원들이 “어서 오세요”라고 입을 모아 외친다.

나데시코 스시의 직원들은 셰프를 포함해 모두가 여성이다. 여성 차별이 노골적인 스시 셰프의 세계에서 드문 일이다. “여성의 손바닥은 체온이 높아 재료를 망친다”, “생리가 맛에 영향을 준다”는 편견 가득한 말이 흔히 오가는 세계다. 

“‘(여자가 만드는 스시를) 먹어도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일행 중) 먼저 먹어보겠다는 이들이 있었다.” 매니저이자 셰프인 유키 치즈이(Yuki Chizu)의 말이다. “한번은 어느 남성 손님이 내 직원을 보고 ‘너무 뚱뚱하다’며 바꿔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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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이 셰프와 다른 직원 

셰프들은 전통적으로 흰옷을 입지만, 치즈이와 동료들은 알록달록한 기모노를 입는다. 셰프들은 뒤로 묶은 머리에 보석류 등 액세서리를 달고, 메이크업도 한다.

“나를 가르치던 셰프는 ‘스시 준비는 공적인 일이다’라고 했다. 손으로 스시를 만드는 것은 퍼포먼스다. 나는 셰프가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하고, 그걸 반영하는 옷을 입고 있다.” 치즈이의 설명이다.

그러나 셰프의 머리카락과 파운데이션이 스시 위로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고객들도 있다.

“요즘 시대에 파운데이션이 정말 얼굴에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시킨다.” 그러나 “여성이 머리를 짧게 깎지 않으면 주방에 들어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식당들이 있다고 치즈이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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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데시코 스시는 업계 내 사람에게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 한 남성 스시 셰프가 방문했을 때 그는 함께 온 여성에게 “나는 손도 안 댈 거야. 네가 먹어.”라는 말을 했다. 

치즈이는 곧바로 맞받아쳤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다. 당신이 정말 스시 셰프라면, 그런 비난은 당신의 자부심에 어긋나지 않겠는가? 당신은 유명한 식당에 가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여성에 대한 장벽 

나데시코 스시는 2010년 9월 문을 열었을 때부터 여성 셰프를 두었다. 치즈이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데시코 스시에 들어왔다.

예술대학 학생이던 치즈이는 스시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나중에는 백화점에 취직했지만, 요식업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사쿠사에 있는 동네 스시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몇 년 일했다. 여자가 직접 스시를 만든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늘 카운터 밖에서만 일했다. 몇 년 일하고 나서야 마침내 단 새우(sweet shrimp) 준비를 해도 좋다고 허락받았다. 여성에 대한 장벽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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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반에 나데시코 스시의 여성 셰프들은 진정한 의미의 셰프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스시를 만들긴 했지만, 미리 정해둔 세트 메뉴만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재료 준비를 비롯한 요리의 책임은 남성 셰프들이 맡았다.

당시 나데시코 스시를 관리했던 회사는 ‘예쁜 여성 셰프들을 내세우면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귀여운 스시’는 정말로 화제가 되었고, 매체에 노출되었다.

주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업 후 약 두달이 지나서야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남성 셰프들과 여성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 커져 스태프들이 일을 그만둬 버렸다. 

“사업적으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나는 가끔 메이드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정말 불만족스러웠다.” 치즈이는 가게를 위해 아키하바라 지역의 ‘메이드 카페’에서 인기 있는 코스튬을 입은 적도 있었다. 

그때 해외 매체와의 가벼운 인터뷰가 치즈이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그들은 기사에서 ‘유키 치즈이: 일본의 가부장제를 썰어내는 스시 셰프’라고 소개했다. 나는 스시 셰프의 세계를 바꾸고 싶었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감을 잃었다. 나는 그저 사회에 영합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식당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치즈이는 당시 사장에게 새 사업 계획을 제안했다. 여성들이 진짜 스시 셰프로 일하는 식당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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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이 셰프가 도요스시장의 노지 키요(Noji Kiy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니저가 된 치즈이는 자신이 일했던 식당의 스시 셰프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멘토들이 생선 공급자들을 소개해 주었고, 치즈이는 직접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쌓게 되었다. 치즈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래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치즈이의 열정에 감동한 이들도 있었다. 도요스시장의 노지 키요(Noji Kiyo)가 그런 납품업자 중 하나였다.

“치즈이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업계에서 압력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주 겸손하다. 나는 그를 돕고 싶다.” 매니저인 유스케 야마자키(Yusuke Yamazaki)의 말이다.

 

다른 여성들을 위해 싸운다 

식당이 변화하면서 고객들과의 갈등도 생겨났다. 고객들은 치즈이가 여성  셰프라는 이유로 놀리고 웃음거리로 삼았다. 치즈이는 ‘건방지다’, ‘버르장머리 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나는 고객들과도 싸웠다. 다른 여성 직원들, 스시 셰프가 되길 바라는 여성들을 위해 내가 강하게 버텨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고객들도 적응했다. “생각해보면 여성이 요리하는 건 특이한 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 남성 단골 손님의 말이다. 

“식당을 심각한 분위기로 만드는 셰프들도 많다. 고객들이 앉아서 묵묵히 먹기만 하는 곳들이다. 하지만 치즈이는 훨씬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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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데시코 스시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갖추고 있어, 부모들은 카운터에서 스시를 편히 즐길 수 있다.

외국인들도 나데시코 스시를 찾기 시작했다. 모로코에서 온 한 여성은  ‘모든 셰프가 여성인 스시 레스토랑’이라는 광고를 듣고 왔다고 했다. 

“스시 셰프들은 전부 남성인 줄 알았기 때문에 흥미롭다. 모두 아주 친절하고 사교적이며, 음식이 아주 예쁘게 나온다.” 모로코 고객의 말이다.

나데시코 스시는 오픈한 지 4년이 지나서 마침내 모든 직원이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치즈이와 스태프들은 셰프를 더 많이 훈련시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외 스시 퍼포먼스에도 참가한다.

 

치즈이 셰프의 바람 

나데시코 스시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스시를 아름답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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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는 두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다. 네타(주재료)와 샤리(초밥)다. 디자인이라는 면에서 색깔과 형태 자체는 단순하지만, 나는 두 요소가 서로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케이크 디자인을 배웠는데, 스시를 구성하고 내놓는 방법을 개발할 때 그 경험을 살린다.”

치즈이는 계절에 따라 사용하는 생선과 음식의 모습을 바꾼다. 조각칼을 사용해 대나무 잎으로 모양을 만들어내 음식에 곁들인다.

나데시코 스시는 개업 10년째를 맞고 있다. 치즈이는 더 많은 여성 스시 셰프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여성의 삶은 결혼, 출산으로 크게 요동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변화로 인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나는 그런 여성들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스시 셰프라는 역할이 차별과 편견에서 자유로운, 여성이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허프포스트 JP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