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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8일 07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0월 20일 08시 17분 KST

콩글리시 닥터 | 외국인들은 우리 이름을 아직도 혼동하고 있다

우선 혼동이 안 일어나게 이름을 성 앞에 적자. 이름을 영어화하는 그 자체가 나 또는 다른 한국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공용어로 이용하는 나머지 세계인들이 보는 순간 실수 없이 부르게 하기 위해서라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이슈를 무슨 "Korean Pride" 차원이 아니라 극히 합리적인 차원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Monkey Business Images

성인물

요즘 카톡이 언론에 많이 언급되고 있다. 고객 정보를 보호할 것이다 못할 것이다, 검찰에 대적할 것이다 아니다 등, 존재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는 모양인데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현 세대의 소통을 완전히 장악한(적어도 한국에선) 카톡을 잘 이용하고 있다.

물론 프라이버시를 걱정해 텔레그램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지만 난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하다. 그런 와중 아침에 위와 같은 그림이 날라온 거다. 제목은 '성인물'. 링크를 누르기 전에는 당연히 무슨 퇴폐적인 내용을 기대하게 만든 제목이다. 하지만 정작 연결을 해보면 허탕! 어이없다는 그 자체가 우습다는 건데 사실 별로 우습지 않다. 애들 말을 빌리자면 '썰렁' 그 자체다.

그냥 창을 닫으려다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띈다. 물론 조작된(Volvic 회사 제품을 패러디로 이용) 그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소위 말하는 "성인물"을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게 콩글리시 타파 운동협회의 회장인 내 눈에 걸린 것이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네이버에 가서 이런 조직이 정말로 있는지 찾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성인물 = Holly Saint Water.

제법 그럴싸한 것 같다. 그런데 Holy, 즉 성스럽다를 Holly, 즉 크리스마스 장식에 이용하는 빨간 열매로 잘 못 적은 것이다. 그러니 그대로 번역하자면 "(크리스마스 때 이용하는) 빨간 할리 열매 성인의 물"이다. 혹시 Holy라고 적었다고 한들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 "성스러운 성인의 물 "이 되는 것이다(참고로 기독교에서는 성수를 Holy Water라고 일컫는다).

간단하게 "Saintly Water-성인의 물"로 했으면 되었을 것을 각 문자에 맞추어 글을 표현하려고 하니 이런 실수가 빚어지는 것이다.

우리 이름 제대로 영어화하기 운동:

한국 문자 하나하나에 뭘 맞추려고 하면 이런 문제가 간혹 있는데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이름을 영어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 이름 제대로 영어화하기 운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물론 견해에 따라 장황한 설명이라고 탓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난 12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 갔는데 가자마자 박살이 났다. 누구 주먹에 맞았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내 이름을 마구잡이로 박살냈다. 한국에서 배운 대로 내 이름 석자 '김태성'을 Tae Sung Kim으로 적었는데 나를 "타이숭" "투성" "타이" "태이" "티" "성" "숭" 그리고 가장 존심 상하는 "킴"으로도 불렀다. 김 씨인데 왜 존심 상하냐고? "Kim"은 미국에서도 흔히 이용하는 여자 이름이자 "Kimberly"의 약자다. "Kim"이라고 확실히 내 이름 끝에 적었건만 이름이 이름보다는 성 같고 성이 성보다는 이름 같으니 그렇게 부른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름을 세 글자로 따로따로 적어놔서 김태성 "성 "자가 middle name이냐고 묻는데 아니라고 대답했으니 그들의 혼동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노란놈이 영어도 못한다고 갖은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데 거기다 여자 이름까지 붙었으니 난 너무나 억울했다. 그때, 왜 우리 아버지의 성이 이 씨가 아닌지 한탄했다. 지금은 이 씨를 Yi나 Yee로 적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Lee로 썼었고 Lee라는 이름은 Lee Majors(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멋진 영어 이름이었다. 성이라고 쳐도 무슨 계집애 같은 Kim이 아니라 멋진 Bruce Lee와 연관이 된 그런 성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보니 원주민들이 나만큼이나 이름 때문에 혹사를 당했던지 Gil Dong Hong 대신 G.D. Hong 같은 약자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타이숭" 보다는 T.S. Eliot처럼 Tae Sung Kim을 줄여 T.S. Kim이라는 너무 알맞은 약자를 쓰지 않은 내 불찰을 후회한 적도 있다. 그런데 영어 이름으로 이미 이렇게 유명해진 약자나 특히 J자가 붙은 약자가 아닌 다른 약자를 이름으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다(미국 서는 A.J., B.J., C.J., K.J. 등 J로 끝나는 약자 이름은 많지만 예를 들어 G.D.는 정말 아니다).

그러다가 요즘 중국이 어깨를 뻐기는 시대가 되면서 자기네가 원래 적는 대로 성-이름 순서로 영어화를 주장하니까 우리도 덩달아 쫓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에 맞닥트린 것이다. 자존심은 살렸는지 모르겠는데 정작 영어화된 이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사람인 외국인은 오히려 성을 이름으로 알고 이름을 성으로 아는 것이었다.

물론 외화가 넘쳐 어쩔 줄 모르는 중국이 공공 서비스 차원에서 세계 각지에 "우리가 우리(한국도 끼어줄게) 이름을 이야기할 때는 서양 이름과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시오. 먼저 말하는 부분이 성이고 나중에 말하는 부분이 이름이니 혼돈하지 마시라!"는 광고로 모든 이에게 알린다면 모르지만(아마 더 큰 혼동만 빚겠지만) 아직 중국이 그런 운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뿔싸, 정부는 한동안 이름이 이름이라는 것을 알리는 방법으로 "길"과 "동" 사이에 선을 긋는 방법을 채택했다. 두 개의 문자지만 하나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즉 Hong Gil-Dong. 문제는 양 부모의 성을 다 따라 하는 스페인계 국가에서 또는 결혼을 하고도 자기 성을 남편 성과 공용하고자 하는 서양인들은 그런 두 개 성을 선으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아들 샤일로의 이름이 뭘까? Shiloh Jolie-Pitt. 예전에 테니스계를 주름잡던 크리스 에버트가 John Lloyd와 초혼 후 이름은? Chris Evert-Lloyd.

그러다가 그것도 잘못 되었다고 느꼈는지 이젠 성 그리고 이름 순서로 쓰되 이름 부분을 한 개의 영어 단어로 쓰는 게 추세다. 네이버의 어느 예를 들자면 이름 '정명훈'을 Jung Myunghoon으로 적자는 것인데 이렇게 적으면 원래 의도했던 대로 이름이 두 자로 되어있다는 사실도 무시되고 더 큰 문제는 Myunghoon을 면군(Myun Ghoon)으로도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래 같은 경우가 빈번한 걸 보면 빠른 해답이 절실하다

"Hello. My name is Hong Gildong."

"Well hello! Nice to meet you Hong. Mine's Jane Austen."

"Er...Actually my name is Gildong..."

"????"

해법

그래서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혼동이 안 일어나게 이름을 성 앞에 적자. 이름을 영어화하는 그 자체가 나 또는 다른 한국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공용어로 이용하는 나머지 세계인들이 보는 순간 실수 없이 부르게 하기 위해서라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이슈를 무슨 "Korean Pride" 차원이 아니라 극히 합리적인 (그리고 Kim이라고 안 불리니까 덜 창피하고 무슨 회의 참석 중에 여러 "김씨" 때문에 빚는 불필요한 혼란이 없다) 차원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이 두 글자로 또 최하 두 음절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리는 것이 과제다. 그 해답은 사실 매우 간단한데, 이름 부분은 붙여 쓰되 두 번째 자를 대문자로 시작하면 된다(사실 요즘 멋 좀 부리는 국제 회사들은 이렇게 많이 한다 - FedEx, MetLife, 등). 우리 이름을 이렇게 적는다고 발음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성을 이름으로 혼동한다든지 두 마디를 한 마디 세 마디로 부르는 일은 상당 부분 예방될 것이다.

GilDong Hong. TaeSung Kim. MyungHoon Jung.

아! 이름이 두 문자로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성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S. Kim, Tae Sung Kim으로도 알려진 Terence Kim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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