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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9일 12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09일 14시 12분 KST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권고함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다. 황 장관은 '취업이 학문보다 우선하며, 취업을 중심으로 대학을 바꿔야 한다'는 기발한 신념을 피력하고 다니는 '취업대학론'의 전도사다. 황 장관이 이처럼 대학정책에서 취업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데는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기업의 탐욕으로 야기된 청년실업 문제를 대학에 전가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이참에 비판적인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대학에서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2월 25일 서울역에서 신창으로 출발하는 열차 안에서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및 학부모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 한국 대학은 해방 이후 70년의 대학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취업을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학문적 성격이 강한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고사하고 있고, 우리의 학문 수준은 국제적 표준에서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대학은 빠른 속도로 기업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급기야 중앙대학교에서는 한국 대학의 기본구조를 이루어온 학과제마저 폐지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이제 대학은 스스로 자신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극단적 자해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목하 한국 대학은 '취업학원'으로 전락하느냐, '최고 고등교육기관'으로 살아남느냐 하는 생사의 기로에 몰려 있다.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다. 황 장관은 '취업이 학문보다 우선하며, 취업을 중심으로 대학을 바꿔야 한다'는 기발한 신념을 피력하고 다니는 '취업대학론'의 전도사다. 그는 지난달 '산업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지정하여 3년간 7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사실상 기업의 인력생산기지로 바꾸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황 장관의 이런 신념은 확고한 것이지만, 느닷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교육부는 지난해 1월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줄이겠다는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대학을 평가하여 다섯 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상응하여 입학정원 수와 재정지원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평가에서 취업률의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대학은 취업 중심으로 대학을 재편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한 중앙대의 충격적인 개편안은 교육부의 '취업대학화' 전략에 선제적으로 부응한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와 황 장관의 관계는 예사롭지 않다. 황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 방문한 대학이 중앙대였고, 중앙대의 개편안이 나오자마자 "시대 흐름에 맞는 실험적인 시도"라고 맞장구치며 반긴 것도 황 장관이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중앙대 사태'의 본질은 대학을 기업의 하부기관으로 만들려는 황 장관이 한국에서 가장 기업화된 대학을 앞세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황 장관이 이처럼 대학정책에서 취업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데는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기업의 탐욕으로 야기된 청년실업 문제를 대학에 전가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이참에 비판적인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대학에서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 취업 중심으로 대학이 재편되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의 학문적 수준은 더욱 저하될 것이고, 사회는 비판적 성찰 능력을 상실한 결과 불평등과 불의가 더욱 자심해질 것이며, 지도적 인재와 사려 깊은 시민을 길러내야 할 대학의 사명은 망각될 것이다. 요컨대 학문과 교육은 실종될 것이고,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그릇된 신념을 가진 장관이 휘두르는 칼날에 대한민국 대학이 죽어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땅의 하천을 죽였다면, 황우여 장관은 이 나라의 대학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청년실업은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그걸 빌미로 학문을 죽이는 현대판 반달리즘이 자행되는 곳은 한국뿐이다.

한국 대학을 전대미문의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황우여 장관은 이쯤에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본업인 정치로 복귀하기를 권고한다. 그것이 황 장관 개인에게나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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