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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6일 06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26일 14시 12분 KST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특권은 줄어든다

실제로 의원 수가 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보자. 무엇보다 경쟁의 심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의원들은 지금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정활동의 핵심은 행정부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낭비를 감시하는 일인데, 잘 작동하는 의회가 절약할 수 있는 예산은 의원들의 세비와는 단위가 한참 다르다. 의원 1인당 비용이 6억이니 7억이니 하지만 방산비리는 수백억, 자원외교는 조 단위로 문제가 터지지 않는가? 그런 비리는 결국 검찰이 밝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일은 검찰이 아니라 의회의 몫이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 출범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그가 여론의 뭇매를 각오하고 한 주장의 논거는 이렇다. 선거구별 인구편차 비율이 2:1을 넘지 않게 하라는 헌재의 결정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라는 선관위 제안이 정치개혁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것에 골몰하는 여당과 제1야당의 현역 의원들은 지금보다 더 개악된 선거제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개혁적 선거법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재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불가피하며, 그러려면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 이렇게 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의원에게 제공되는 특권을 줄이고 국회 예산 총액을 동결함으로써 누그러뜨릴 수 있다.

찬성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이나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서 한 발언을 보면, 심 원내대표는 자신의 제안이 어쨌든 국민에게는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 점은 공감도 동의도 되지 않는다. 국민이 화나는 것이 의원들 특권이고 바라는 바가 그것을 줄이는 것이라면 의원 수 증대는 국민들 의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상투어를 끌어들여 말한다면 이렇다.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개별 국회의원의 특권은 그 수가 늘면 줄어든다."

이 점은 어떤 집단이 특권을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그 수를 제한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된 특권이 많은 대표적 집단은 변호사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일차적 조건은 그 수가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중이 법률 서비스에 더 쉽고 저렴하게 접근하기 위해서 요구된 법조 개혁의 핵심에는 항상 변호사 수 증대가 있었던 것이며, 대한변협이 갖은 이유를 들어 그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애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변호사는 수가 늘면 특권이 주는데, 왜 국회의원은 수가 늘어도 특권이 그대로이거나 늘어나겠는가?

실제로 의원 수가 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보자. 무엇보다 경쟁의 심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의원들은 지금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정활동의 핵심은 행정부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낭비를 감시하는 일인데, 잘 작동하는 의회가 절약할 수 있는 예산은 의원들의 세비와는 단위가 한참 다르다. 의원 1인당 비용이 6억이니 7억이니 하지만 방산비리는 수백억, 자원외교는 조 단위로 문제가 터지지 않는가? 그런 비리는 결국 검찰이 밝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일은 검찰이 아니라 의회의 몫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국회의원 수가 늘면 부패도 줄 것이다." 뇌물 주는 편에서 보면 주어야 할 의원 수는 늘지만, 개별 의원의 영향력은 줄어 효과가 약해지며 관리되지 않는 의원이 치고 나올 경우 로비가 무산될 위험이 커진다. 또한 합리적 논거나 대중적 지지에 접맥되지 않는다면 정당 지도부의 개별 의원에 대한 영향은 약화되고, 입법 과정에서 의원 상호간의 협상도 더 합리화될 것이다.

그러니 의원 수를 늘리자는 제안을 마치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 감당해야 할 손실인 양 말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사람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없다. 오히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500명쯤으로 늘려야 마땅하지만 급격한 변화가 생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으니 이번엔 360명 정도로 늘리자고 말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