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05월 24일 08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24일 08시 06분 KST

낙천적으로 날아간 보이저호, 우주에서 '사악한 외계인'을 만난다면

1977년 지구를 떠나 현재 태양계와 성간우주의 경계지대를 항해하는 보이저호는 지구 바깥 외행성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1989년 보이저 2호가 약 700만㎞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수소와 헬륨 대기층으로 덮인 해왕성.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별 보이저호와 골든레코드

▶ 1977년 발사된 보이저호의 주요 임무는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 탐사였지만, 이에 못지않은 문화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30㎝ 음반에 지구의 소리를 싣고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손을 내밀었으며, 토성에서 뒤돌아본 지구 사진을 보내주어 우리가 사는 곳이 ‘창백하고 푸른 점’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출발 때부터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강조하고, 인류에게 겸손과 평화의 연대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우주선이었습니다.

섬사람은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편지를 꼬깃꼬깃 접어 빈병에 집어넣은 뒤 바다에 던졌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는 광막한 우주로 향하는 해안가였다. 천둥 번개 치는 소리, 바닷속 고래의 노랫소리 그리고 기차가 기적을 울리고 자동차가 시동을 거는 소리,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1악장, ‘안녕하세요’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사말, 115장의 이미지 그리고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쿠르트 발트하임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가 알루미늄 재킷에 봉인된 둥근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에 실려 있었다. 음반 표면에는 엘피(LP)의 사용법이 새겨졌고 누군가 발견하면 조립해 틀어볼 수 있도록 바늘과 카트리지도 넣었다.

냉혹한 외계인이 떠오르는 이유

1977년 8월20일 보이저 2호가 1호에 앞서 골든 레코드를 싣고 지구를 떠났다. 보이저 1호는 9월5일 뒤를 따랐다. 우주의 망망대해에 지구의 메시지를 모아 보내자고 아이디어를 낸 이는 과학대중서 <코스모스>로도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누리집(홈페이지)에 칼 세이건의 말을 빌려, 이 작업이 우주에 고철 덩어리를 버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성간우주(태양계 밖의 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에 진보된 문명이 있다면 골든 레코드의 소리가 재생될 것이다. 빈병 하나를 우주의 바다에 실어 보내는 것은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뭔가 희망적인 일이다.”

외계인은 우리에게 모순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손을 내미는 평화의 사도이거나 지구 문명을 파괴하는 침략자이거나. 칼 세이건은 우리가 냉혹한 외계문명을 떠올리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후진성에 있다고 <코스모스>에서 말한다. 백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를 파괴하고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주민을 지배했듯이, 이른바 ‘선진 문명’이 ‘후진 문명’을 약탈한 역사를 우리가 보아왔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힘의 논리에 순응해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보다 선진적일지 모를 외계 문명을 두려워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계인과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이티>(1982)가 제작됐지만, 9·11테러를 통과한 미국은 영화에서도 곧잘 우리가 아닌 ‘타자’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보이저호에 골든 레코드를 실어 보낸 1970년대는 돌출적인 시대였다. 반전운동이 사회를 휩쓸고, 히피들이 머리에 꽃을 꽂고, 사랑과 혁명, 마약과 평화주의가 유사 선상에서 이야기됐다. 지구인이 보낸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은 외계인과 평화롭게 악수할 수 있으리라고 여긴 낙천의 세기였다. 칼 세이건도 마리화나의 옹호자였다.

1980년대에는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왕복선과 지구 궤도 위의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데 골몰했지만, 그 전만 해도 인간은 무인우주선을 우주의 바다에 띄워 보내는 대항해시대의 탐험가에 가까웠다. 레이건 시대에 이르러 우주개발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추진된 군사적 목적의 ‘스타워즈’(전략방위구상·SDI)와 긴밀하게 연결됐다. 우주왕복선은 종종 군사임무를 띠고 발사됐다. 미국과 소련 두 나라는 서로의 군사위성을 공격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웜홀 대신 스윙바이

대항해시대의 범선이 바람에 의지해 다른 대륙에 갔다면, 현대의 우주선은 그 시간에 다른 행성에 도착한다. 그러나 우주는 바다보다 넓다. 태양계를 벗어나는 항성간(인터스텔라) 여행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난해 국내에 개봉돼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 또한 항성간 여행이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영화는 사과 속 벌레가 과육을 파고 들어가듯이 ‘웜홀’을 통해 쉽게 다른 항성으로 이동하는 아이디어를 보여줬지만, 그런 방법이 아니라면 지구를 떠난 우주선은 이제 막 사하라사막을 향해 대장정을 시작한 개미일 뿐이다.

그러나 보이저호가 우주의 망망대해에 진수된 1977년은 다른 해였다. 175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태양을 도는 외행성들의 공전 궤도를 볼 때, 1980년대까지 화성 바깥의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비교적 일직선으로 배열됐던 것이다. 태양계 행성을 최단거리로 여행할 수 있었다. 우주선 두 대를 띄우기로 했다. 화성을 지나면 우주선이 받는 태양에너지가 적어지므로, 자체의 소형 핵발전소를 실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붕괴할 때 내는 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결정적으로 보이저호가 웜홀 대신 이용한 것은 행성들의 중력을 징검다리처럼 타고 가는 매우 현실적인 기술이었다. 보이저호는 목성에 접근하면서 목성이 끌어당기는 힘(중력)을 이용해 가속했고, 이런 식으로 행성을 타고 넘어갔다. ‘스윙바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과학저널리스트 빌 브라이슨의 비유를 들자면 “거대한 기체 덩어리 행성들이 ‘채찍질’을 할 때처럼 우주선을 다음 행성 쪽으로 던져주는 중력 가속 효과를 이용”(<거의 모든 것의 역사>)한 것이었다.

그래 봤자 보이저호는 사막을 조금 ‘서둘러’ 걸어가는 개미였을 뿐이었다. 보이저 2호는 약 2년 만에 목성에 도착했고 4년여 만에 토성을 지나쳤다. 천왕성에 다다르는 데 약 9년이 걸렸고, 명왕성 궤도에 도달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현대물리학 이론식에서는 빛의 속도(광속)가 난무하지만, 현실의 기술은 이렇게 보잘것없다. 광속의 1만분의 1. 스포츠카와 경주를 하는 개미처럼 보이저호는 느렸다.

그러나 개미처럼 꾸준하게 목성, 토성, 천왕성을 조사했다. 보이저호가 부착한 70년대 카메라는 지금의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못한 성능이었다. 디지털카메라가 흔치 않은 시절이었지만, 보이저호는 두 대의 디지털카메라를 부착했다. 보이저 1호는 800×800픽셀밖에 안 되었지만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일어나는 화산폭발 장면을 훌륭하게 잡아냈고, 토성 주변에서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불과한 지구의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의 여러 위성을 발견했다.

지구의 메시지가 태양계를 벗어났다. 보이저호에 실려 항성간 여행을 하는 골든레코드.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보이저호가 지구를 떠난 지 38년이 지났다. 보이저호가 땅을 파는 우공이었다면, 산을 하나 세웠을 것이다. 보이저호는 지금 지구의 어머니 항성 태양의 품에서 벗어나 다른 항성의 권역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실시간으로 두 우주선의 위치를 누리집에 공개한다. 21일 오전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195억4463만㎞ 떨어져 있고, 보이저 2호는 160억8614만㎞를 나아갔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보이저 1호와 2호에 반사되었다가 돌아오려면 각각 36시간과 30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두 우주선이 있는 곳은 태양계 안팎을 나누는 경계지대다. 보이저 1호는 ‘헬리오포즈’(heliopause), 즉 태양권계면(태양계와 성간우주를 이루는 성분의 이론적 경계)을 통과하고 있었다. 우주선 둘레의 성간우주의 플라스마 밀도가 급격히 높아진 데이터를 보고, 미국 항공우주국은 보이저 1호가 2012년 8월25일 인류 최초의 항성간 여행에 돌입했다고 2013년 공식 발표했다.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다. 보이저 2호도 태양계를 빠져나가고 있다. 4만년 뒤에나 보이저 1호는 기린자리의 항성 ‘AC+79 3888’에서 1.6광년 떨어진 공간에 진입하고, 보이저 2호는 안드로메다자리의 항성 ‘로스 248’에서 1.7광년 떨어진 공간을 지나갈 것이라고 미국 항공우주국은 예측한다. 불쾌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다. 그 전에는 어떤 별도 없다.

낙관론과 비관론

빈병에 메시지를 넣어 우주에 보내는 행위에 대해서, 노벨상을 받은 영국의 천문학자 마틴 라일은 반대 입장에 서왔다. 우주에는 “사악하고 굶주린 외계 문명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골든 레코드도 외계 문명한테 지구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줌으로써 욕망과 분란을 초래하는 보물지도일 뿐이다. 외계 문명의 지구 침공과 잇따른 인간 멸종이라는 공포가 보이저가 우주에 던진 희망의 이면이다. <총·균·쇠>를 쓴 세계적인 문명사가 재러드 다이아몬드도 외계인과의 교신 노력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는 1999년 12월5일 <뉴욕 타임스>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외계와 교신 노력이 성공해) 외계인들이 우리를 방문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천문학자와 일부 사람들은 지적 생명체 친구를 발견해 기뻐하는 외계인들이 우리와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희망하지만, 하나의 최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좀 덜 행복한 시나리오는 외계인들이 우리가 예전에 지구에서 좀 덜 지적인 생명체를 처음 대할 때처럼 행동하는 경우다. 낯선 민족을 대하거나 침팬지와 고릴라를 다룬 것처럼 말이다. 외계인들은 우리를 죽이고 감염시키고 해부하고 정복하고 노예화시키고 박물관 소장품으로 쓰고 용액에 담가 의학실험용으로 쓸 것이다.”

이런 논쟁이 소용없을 정도로 지구는 시끄러워졌고 우주에 노출됐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전자통신기술의 발달로 의도치 않게 라디오, 텔레비전 등 각종 전파를 우주에 보내고 있다. 우리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에 떠도는 각종 전파를 탐구하면서도 혹여라도 어느 별에서 보냈을지 모르는 인공 전파 신호를 포착하려고 하는 것처럼, 지적 생명체가 사는 별이 있다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은 <지구의 속삭임>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미 약 30광년까지 퍼질 수 있는 라디오 전파를 통해 지구라는 별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우주에 홍수처럼 넘친다. 이것들은 우리보다 그리 뛰어나지 않은 문명의 장비로도 수신할 수 있다… 우리가 걱정하기엔 너무 늦었다.”(미국 항공우주국 누리집 ‘보이저호: 항성간 여행’ 재인용)

보이저 1호와 2호는 어떤 특출했던 세기의 낙천적인 희망을 싣고서 우주의 황야를 외로이 걷는 우주선이다. 2020년이면 두 우주선에 내장된 핵발전소는 수명을 다한다. 지구와의 교신도 끊긴다. 성간우주의 파도에 몸을 싣고 지금까지 지나친 그 어느 곳보다 고요한 공간을 항해할 것이다. 적어도 4만년 안에 어떤 별도 만나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원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싣고서.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