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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9일 07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7월 09일 07시 54분 KST

삼성 이재용 부회장, 네덜란드연기금 만났다

한겨레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외국인 투자자인 네덜란드연기금 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이사를 만나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협의했다. 이번 회동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처리할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어느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 결정할 회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을 모은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본사에서 박 이사와 만났다. 박 이사는 이 부회장과 만난 직후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 삼성 미래전략실의 고위임원들도 만났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초 미국계 헤지퍼드인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외국인 투자가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박 이사는 자산규모 500조원으로 세계 3위인 네덜란드연기금의 아시아지역 지속가능성 및 지배구조 담당 책임자다. 네덜란드연기금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0.3% 보유하고 있었다. 박 이사는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 30여곳의 뜻을 반영해 삼성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하며, 삼성물산 합병이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반대하지만 엘리엇과 직접 행동을 같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 이사는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위해 전날 입국했다.

이날 논의는 임박한 합병 주총보다는 중장기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날 삼성은 지난달 30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사장단이 발표한 합병 이후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또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향후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다짐했다.

박유경 이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조건 불공정 논란을 계기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회사와 주주들이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또 한국 재벌이 2세에서 3세 경영으로 전환하는 현시점이 재벌이 새로운 경영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다양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박 이사와 뜻을 같이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30여곳은 최근 삼성에 지배구조 개선 요청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이에 대해 주총 이후 삼성의 시장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내고,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게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모임에 참석한 삼성의 고위임원은 “서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자리였다”며 “자세한 내용의 공개는 대화 상대가 있는 만큼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이사도 “양쪽에 모두 생산적이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삼성은 “주총 개최 이외의 플랜 비(B)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래전략실 임원은 “삼성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합병에 찬성하도록 로비하거나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은 터무니없다”며 “다만 국민연금이 의결권 결정을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전문위원회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경우 삼성과 사안이 유사한 에스케이의 합병 때처럼 반대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중장기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네덜란드연기금과 만난 것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이 불리하게 날 경우 주총을 취소하고 장기전에 대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삼성이 장기투자 성향인 외국인 투자자의 협력을 얻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국민연금이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결정을 넘기면 삼성으로서는 주총을 취소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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