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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20일 07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21일 14시 12분 KST

삼성 이재용의 연금술과 국민연금의 직무유기

이재용은 이로써 세계유수의 삼성그룹의 확실한 소유지배권자로 등극을 마쳤다. 설령 이건희 회장한테 단 한 푼, 단 한 주를 상속받지 못해도 이 사실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이재용은 44억 원으로 시작해서 20년 만에 8조가 훌쩍 넘는 국내최대자본가가 됐다. 이재용이 올린 투자원금의 1,800배, 18만%의 투자수익율은 지난 20년간 세계 어디서도 없었을 터다. 거기에 삼성재벌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한다면 그의 수익률은 천문학적이다. 가히 21세기 최대의 연금술 쇼가 아닐 수 없다.

samsung/HuffPostKorea

'합병 이유로 주주가치 따위 둘러대지 말라. 삼성전자 지분확보를 위한 것임을 다 알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총출동해서 합병을 성사시킨 셈이다. 국민에게 큰 빚 진 거다. 다시 이러리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도 이렇게 훈계한다. 뭔가 엄청난 '불편한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지만 이번에 한해 눈감아주겠다는 투다.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사설이 염두에 둔, 국민들이 뻔히 알면서도 봐준 공공연한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참여연대 성명서가 못 박듯이 이번 합병 건이 '이재용 편법상속의 연장, 완결판일 뿐'이라는 큰 진실이다. 합병결의가 물산주총을 통과한 덕분에 삼성물산이 보유한 시가 7조가 넘는 삼성전자지분이 총수일가가 단돈 1원도 쓰지 않았는데 그만 이재용의 직접 지배로 옮겨졌다. 1996년 말 60억 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16억 원을 뺀 현금 44억 원을 종잣돈 삼아 개시한 삼성3세 승계 작업이 20년 만에 완결되었다는 얘기다. 총감독 이건희의 지휘 아래 삼성기조실이 기획하고 이학수 등 임원진의 실행을 거친 결과다.

이재용은 이로써 세계유수의 삼성그룹의 확실한 소유지배권자로 등극을 마쳤다. 설령 이건희 회장한테 단 한 푼, 단 한 주를 상속받지 못해도 이 사실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이재용은 44억 원으로 시작해서 20년 만에 8조가 훌쩍 넘는 국내최대자본가가 됐다. 이재용이 올린 투자원금의 1,800배, 18만%의 투자수익률은 지난 20년간 세계 어디서도 없었을 터다. 거기에 삼성재벌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한다면 그의 수익률은 천문학적이다. 가히 21세기 최대의 연금술 쇼가 아닐 수 없다.

연금술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20년간 3세 무세승계를 위해 삼성그룹은 이재용에게 헐값에 주식을 넘기거나 발행해주고 이재용이 지배주주인 회사를 중심으로 몇 번의 합병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보자면 이 과정은 그 자체가 회사제도와 주식발행, 그룹체제를 남용하면서 회사법과 형법의 원칙들을 유린하는 과정이었다. 국가권력의 암묵적 용인아래 법치주의가 짓밟히는 과정이었다.

모두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쉬쉬하거나 외면했다. 용감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집요하게 추적한 이들이 없진 않았으나 힘에 부쳤다. 공공연한 비밀의 장막을 뚫고 나갈만한 힘이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사회, 아니 대한민국이 비밀 중에 제일 무서운 공공연한 비밀의 덫에 빠졌다. 그 배후의 정점에는 잘나가는 삼성신화로 뒷받침된 삼성재벌의 경제 권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 밑에서는 정치권, 관계,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행세하는 권력엘리트들이 묵인과 방조의 부작위 카르텔로 큰 몫을 거든다.

새삼스레 돌이켜볼 것도 없겠지만 법학교수들 43인의 고발이 있자 검찰은 무려 여섯 번이나 불기소처분을 내린 후에 에버랜드 사장과 전무만 전환사채 헐값발행 배임혐의로 기소했다. 그나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이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 이건희 회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있은 후에야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법원은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결국 이건희에게 에버랜드는 6대5(유죄율 45.5%)로 아슬아슬한 무죄, SDS는 10대1(유죄율 91%)로 압도적인 유죄를 선언했다. 삼성3세 승계과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 두 건밖에 없다. 두 개건의 유죄율을 평균하면 보수적인 대법원조차도 삼성3세 승계과정에 대해 68.2%로 유죄평가를 내린 셈이다. 이것이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하지만 공공연한 비밀의 장막 속에 유폐돼 있다. 오히려 삼성3세 승계과정이 대법원판결로 합법성을 취득한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그 후에 일련의 유무상증자와 대담한 합병들을 거치며 무세 승계작업의 완성에 박차를 가한다.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합병에 이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특검이후 전개된 승계완성 과정의 화룡점정에 해당한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지분확보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은 2.9%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가까스로 통과한다. 무려 총주식의 25.81% 혹은 출석주주의 30.47%가 반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반대파들은 이번 삼성물산 합병이 승계목적의 불공정합병이며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통째로 이재용 수중에 헌납하는 불공정행위라고 확신한다.

물론 합병이 성사되지 못했더라도 이재용으로 승계과정이 어그러지진 않는다.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이 직접 지배하느냐, 간접 지배하느냐의 차이를 발생시킬 뿐 승계자체를 흔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삼성물산의 11.21% 지분을 보유한 최대단일주주,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으면 합병안은 보기 좋게 부결되었을 게 틀림없다. 국민연금 덕에 이재용 일가의 지배권이 더 강고해졌다. 국민연금 덕에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되고 편·불법상속의 대미가 완결됐다. 삼성3세 승계 쇼에 검찰과 법원, 공정위와 국세청 등에 이어 국민연금이라는 공적기관까지 동원된 셈이다. 물론 국민연금 배후에는 정권이 있다. 결국 정권의 지원덕분에 삼성총수 일가는 7조원도 넘는 삼성전자 4.1%지분을 단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수중에 넣는 쾌거를 올린 셈이다.

국민의 노후대비자금을 운용하는 500조 규모의 국민연금이 '날강도 귀족'의 마지막 입질에 이끌려 함께 춤을 춘 것은 연금가입자에 대한 배신이자 사회책임투자기관으로서 국민연금의 자기부정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단일최대주주로서 삼성물산이라는 독립법인이 단지 이재용의 경영권승계목적을 위해 이재용의 먹잇감으로 동원되는 회사합병제도의 남용사태를 막았어야 했다. 수많은 재벌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행동정책을 통해 그동안 재벌총수들이 회사법인 제도를 악용하고 회사금고를 자기 쌈짓돈 취급하며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여 무세승계를 획책해온 천민자본가적 행태를 감시하고 차단했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데도 눈을 질끈 감고 '돈 황제'의 권력에 투항한 국민연금의 직무유기는 머지않아 엄중한 심판대상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투자자 이익에 충실하기만 해도 국민연금은 한국재벌의 못된 행태를 바로잡는 아주 효과적인 공공기관으로 당장 진화할 수 있다.

한때 재벌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삼성물산의 사외이사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불출석한 1인을 제외하고 사외이사 중 3인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손을 들어줬다. 집중투표제의 결과로 선임된 소수주주 대표 사외이사라면 몰라도 재벌총수 대표 사외이사에게 뭘 바라겠는가.

재벌총수가 선임하는 사외이사는 재벌개혁의 방패막이와 걸림돌이 될 뿐 재벌개혁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오직 소수주주대표 이사나 종업원대표 이사, 소비자대표 이사나 협력업체대표 이사만이 대주주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사외이사제도를 노동 등 이해관계자대표 이사제도로 바꿔야 한다. 이번 합병건은 지배주주 대표형 사외이사제의 파탄을 생생히 증거한다.

만약 우리 정치권의 여야정당 혹은 핵심계파들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파동 때나 새정련 사무총장 인선파동 때 보였던 강력한 투지와 화려한 언변을 이번 삼성3세 승계과정의 완결국면에서 선보였다면 과연 합병이 성사될 수 있었을까. 이들은 이번에도 철저하게 침묵했다. 도대체 이 기이한 침묵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15년 이상 묵은 사안을 몰라서 외면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뭔가 강력한 이해관계 때문에 침묵했다고 봐야 한다.

공적인 이해관계는 아닐 것이고 사적인 이해관계일 것이다. 삼성그룹과 총수일가에 찍히면 재벌전체에 비토대상이 돼 향후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가까운 친인척 안에 삼성 밥을 먹는 경우가 있어서 만약 나섰다가는 이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구체적인 두려움 때문에 그럴까. 아님, 삼성총수=삼성그룹=국가경제라는 겹겹의 신화에 사로잡혀 삼성일가의 자발적 포로가 돼 그럴까. 상대적으로 정치화가 용이한 이런 사안조차 뚫고 나가지 못하면서 노사정 대타협이나 사회적 합의를 부르짖는 것에는 아무 감동이 없다. 더욱이 이런 중대한 사안조차 나 몰라라 하면서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봐야 누가 곧이듣겠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정치, 특히 진보정치가 성찰적으로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병은 이재용을 위한 이재용에 의한 이재용의 작품이다. 이번에는 국민연금이라는 일반시민과 직장인들의 노후자금까지 삼성그룹의 무세승계에 투입된 셈이다. 이번에도 조선일보가 틀렸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아니라 복지국가 대한민국까지 삼성에 탈탈 털렸다. '돈황제'의 막강한 영향력과 로비력 앞에 국민노후금고까지 털렸다. 눈만 뜨면 새 정치와 혁신을 부르짖는 여야 정치권과 깨어있는 시민의 일대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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