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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21일 06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7월 21일 06시 58분 KST

삼성 애국심 마케팅 앞으로도 통할까? 합병 성사, 그 후

ASSOCIATED PRESS
Employees walk past a logo of Samsung Group at the head office of Samsung C&T Corp. in Seoul, South Korea, Friday, July 17, 2015. Samsung shareholders approved Friday a highly contested deal that strengthens the Samsung family’s grip on the world’s largest smartphone maker. Samsung construction company Samsung C&T said that 69.5 percent of shareholders who voted supported the takeover of it by another Samsung company, Cheil Industries. (AP Photo/Ahn Young-joon)

삼성이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를 누르고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간발의 차로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한 수는 ‘애국심 마케팅’이었다고 증권사 분석가들은 꼽는다.

삼성은 합병 반대를 주장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먹튀 자본’이라고 공격했다. 삼성물산 합병안을 홍보하는 공식 누리집에서는 엘리엇을 독수리(벌처) 모습을 한 돈만 아는 사악한 외국자본으로 그렸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합병 찬성을 설득할 때도 엘리엇의 ‘먹튀’를 도와서는 안 된다는 게 논거였다. 삼성은 주총을 앞두고 대대적인 광고전을 벌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 책임자는 “(삼성이든 엘리엇이든) 소액주주를 잡아야 한다는 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삼성의) 애국심 마케팅을 차단하는 쪽으로 가지 않은 것이 엘리엇의 패착이다”라고 해석했다. 일단 ‘애국심’이 투자자들에게 먹힌 다음에는, 엘리엇이 삼성전자 주식들을 현물로 배당하라고 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을 함께 갖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동조세력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 것도 실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 분석가는 풀이했다.

엘리엇의 패착은 삼성이 합병을 성사시키는 결과를 낳았지만, 삼성은 신뢰 훼손이라는 큰 상처를 입었다. 엘리엇 쪽은 “회사에 합병 계획을 물었을 때 없다고 하더니 한달 반 뒤에 합병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엘리엇의 공격 직후 삼성물산의 자사주(5.76%)를 우호세력에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삼성은 부인했지만 곧 말을 뒤집고 케이씨씨(KCC)에 매각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로직스의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지난해 11월 기업설명회(IR)에선 투자 위험을 강조했지만, 삼성물산과의 합병 발표 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자 바이오사업에 대한 전망을 장밋빛으로 바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물산 경영진이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강조하는 데 가장 놀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비판에 대한 방어 논리를 만드느라 경영진이 회사 가치를 깎아내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는 “삼성물산에서 50주 가진 소액주주를 찾아가기도 했다. 내가 아는 선배 하나는 대학교 같은 학과의 20년 후배를 보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삼성은 그렇게 총력전을 폈지만, 찬성률은 가까스로 3분의 2를 넘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기업의 전직 고위임원은 “엘리엇이 제안한 정관 개정 안건들에 대한 찬성률이 45% 수준으로 높게 나왔다. 일단 합병 안건에선 삼성 편에 서서 찬성해줬지만 기존 경영방식에 대해선 절반 정도가 불만을 표출한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삼성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고,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삼성은 더더욱 기업 투명성과 소액주주 존중이라는 원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 “국민여론이 삼성에 던지는 경고와 교훈을 귀담아듣고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삼성식 경영’을 개혁해야 한다”고 짚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한 임원은 이날 “시장과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사회와의 소통과 사회공헌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계열사 조직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꾸고, 통합 삼성물산에 신설하기로 한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다른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미래전략실 임원은 삼성 3세들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우려되는 계열분리(통합 삼성물산의 재분리)를 하지 않고 공동경영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이런 작업이 하루 이틀 새 결정될 사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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